자료=기획재정부
자료=기획재정부

코로나19에 움츠러들었던 한국 경제가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면서 민·관 모두 올해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70조8467억원으로 전기(463조3950억원) 대비 1.6%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468조8143억원)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국내 경제가 규모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의 배경에는 회복된 민간·정부소비가 놓여 있다. 실제 민간 소비는 지난해 4분기 1.5% 감소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1% 증가했다. 정부 소비 또한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0.5%에서 올해 1분기 1.7%로 크게 늘었다. 민간·정부 소비의 GDP 성장 기여도는 각각 0.5%, 0.3%로 전체 성장률의 절반에 해당한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으며, 품목별로 가전제품, 승용차 등 내구재 재화소비가 늘었다”며 “2월 중순부터 거리두기 및 영업제한 조치 완화로 대면서비스가 소폭 개선되면서 소비가 늘어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페이스북 갈무리

◇ 홍남기·이주열, "올해 3%대 중반 성장 가능"

한국경제의 1분기 성적표는 국제기구 및 글로벌 투자은행의 예측치가 1%대 이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기대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측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15일 “불확실성이나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연간 성장률 3%대 중반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또한 같은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 홍 직무대행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수출·투자·심리 등 경제지표 전반의 우상향 흐름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가파르다”며 “예상을 뛰어넘은 1/4분기 실적, 글로벌 경기 개선흐름의 본격화, 4월 수출・내수의 회복흐름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정부의 당초 2021년 전망치 3.2%를 넘어 3%대 중후반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자료=현대경제연구원

◇ 민간 연구소, 2021년 성장률 전망치 큰 폭 상향

3%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예상하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민간 연구소들도 지난해 내놨던 성장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5일 ‘2021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내수 소비와 투자, 대외 교역의 전반적인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3.0%에서 3.5%로 대폭 상향했다. 

연구원은 “2020년과 마찬가지로 2021년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경제주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거치며 코로나19 재확산에 적응하고 있으며, 2020년과 같은 급격한 활동 위축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고 백신 접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을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원은 민간소비가 올해부터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백신 접종 등으로 인한 소비 활동 제약이 일부 완화되고 소비심리 개선 및 기저효과 등에 따른 민간소비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지속, 가계의 저축률 증가로 인한 소비여력 확대  등이 민간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백신 보급이나 노동시장 개선세가 지연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2021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이 최대 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8월 전망치(2.5%)보다 무려 1.5%p나 상향된 수치다. 

연구원이 4%대 성장의 동력으로 지목한 것은 수출이다. 연구원은 “세계교역은 지난해 4분기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더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미국, 중국이 세계경기를 이끌고 유럽, 신흥국 등도 하반기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세계교역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이어 “수요확대에 대비해 부족한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IT부품, 기계류, 자동차, 선박 수요가 늘고 경기회복 기대로 내구재 소비도 확대되는 등 우리 주력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며 “제조업 가동률 상승으로 국내 설비투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경제가 3% 중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6%, 3.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정부 및 한은 전망치인 3.2%, 3.0%보다도 높은 수치다. 

 

자료=LG경제연구원
자료=LG경제연구원

◇ 경제 체질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해야 고성장 가능

다만 장밋빛 전망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책적 노력과 각 경제주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반등세 안착 및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단기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생존 지원을 지속하고 중장기적 경제 체질 업그레이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경제 전체의 고용창출력 제고를 위한 산업 활력 확보와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남기 직무대행은 “아침 낭보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무거움도 느낀다”며 “경제 전체적인 거시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 위기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의 힘듦과 고용충격에 따른 청년, 여성 등 취약계층의 민생 어려움이 늘 가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관 모두의 기대대로 올 한 해가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삶도 함께 회복되는 시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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