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인터넷이 보급된 시대, 개인의 의견이 국민적 어젠다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네티즌 커뮤니티의 결실이다. 다만 국민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해, 공론화되지 못한 안건은 공중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 화제성이 부족한 의견에도 힘을 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2016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설한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이다. 이곳에 게재되는 의견은 반응이 저조하더라도 당국이 모니터링하며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뉴스로드>는 우리 사회의 공공선 확장 차원에서 관련 사안을 발굴해 보도한다.

사진=국민생각함 웹사이트
사진=국민생각함 웹사이트

국민생각함에서 ‘문화유산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가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고등학생 대상 ‘문화유산의 이해’ 교과서 개발에 착수하기 전 네티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 의제를 제안했다.

문화재청은 ▲고등학생들의 적성과 진로 등에 따른 학습기회 보장 ▲올바른 문화유산 및 문화재 이해 확산 등을 목적으로 자유발행제 고등학교 교과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유발행제란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고등학생 대상 문화유산 교육은 ‘역사’ 교과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교과명처럼 역사에 중점을 두고 있어, 문화유산 관련 지식을 깊이 습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문화재청은 “설문 결과는 교과서 개발 시 반영해 청소년 교육의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동북공정’ 논란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 기업과 네티즌이 한복·김치·한글 등 우리 문화를 자국 문화로 왜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자사 배경화면 스토어에 한복을 ‘중국 문화’로 소개한 상품을 방치한 바 있다.

샤오미 배경화면 스토어에 실렸던 한복 일러스트. /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클리앙
샤오미 배경화면 스토어에 실렸던 한복 일러스트. /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클리앙

교육계 한 인사는 “훈민정음은 중국어 발음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옛 한자를 베껴서 만들었다” 등 왜곡된 정보를 강의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 “김치는 중국 절임식품인 파오차이” “태권도가 중국에서 기원했거나, 애초에 중국 무술이다” “윤동주 시인은 중국인이다” 등 왜곡된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국민생각함 설문에는 3일 기준 전국 남녀노소 네티즌 138명이 참여 중이다. 네티즌들도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뉴스로드>가 해당 설문 응답을 이날 중간집계한 결과, 네티즌들 중 92.7%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문화유산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담기면 좋을지에 대한 물음에는 ‘문화재의 다양한 가치와 사회적 주제’를 꼽은 네티즌이 42.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대별 문화재의 역사와 예술적 의미(23.2%)’ ‘문화재 답사와 관람(16.6%)’ 등 순이었다.

교과서 교수 방식과 관련해서는 ‘이론과 체험을 통해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과서(36.1%)’나 ‘다양한 전통문화와 사회·교육·과학·예술 등 통합형 교과서(28.3%)’가 되길 희망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네티즌 A씨는 “국보급 주요 문화재뿐 아니라,각 지역문화유산도 다뤄서 친근한 내용으로 교육하면 체득이 쉬울 것 같다”며 “학기 중 현장학습이나 방학 등을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씨는 “문화유산의 원위치와 현재 보관 중인 위치를 그린 ‘문화유산 지도’를 제작하면 미래세대에 큰 재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 밖에 “원론적 지식 전달을 넘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미디어 수업과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기획되길 바란다” “하나의 유물에 대한 국내외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 주변국들과 비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도 구성하면 흥미를 돋울 수 있을 것 같다”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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