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달 13일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을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사진=청소년 기후행동
청소년 기후행동은 2020년 3월 13일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을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사진=청소년 기후행동

“한 세대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등한시하고 이산화탄소(CO2) 예산의 대부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다음 세대에 막대한 감축 부담과 자유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정부의 기후변화대응법에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독일 헌재가 판결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바로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을 경우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이 지워질 것이고, 환경 규제로 인해 미래세대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헌재의 판결을 반영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65%(기존 55%) 감축하고,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기로 법안을 개정했다.

◇ 청소년의 환경문제 인식, 어른들보다 

독일 헌재가 강조했듯이, 기후위기는 현재의 문제임과 동시에 미래의 문제다. 지금을 사는 세대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후유증은 미래세대가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기후위기의 당사자는 어른들보다는 오히려 잠재적 피해자인 청소년·아동들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미래세대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청소년 500명, 성인 500명 등 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의 75.6%는 기후위기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나 성인은 32.6%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최근 들어 환경관련 교육이 강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강화된 환경교육에 따라 청소년들은 스스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른들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의 친환경 행동실태 및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환경감수성)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각각 3.76점, 3.14점(5점 척도)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4.03점)도 높고, 친환경 행동을 유별난 행동(1.94점)이라기보다는 가치있는 행동(3.93점)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청소년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친환경 행동지수(PEBI)는 평균(50점) 이상인 66.9점으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잘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들이 평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PEBI는 49.3점에 불과했다. 이는 미래세대가 어른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은 친환경적인 실천을 유별난 행동보다는 가치있는 행동으로 인식했다. 자료=초록우산어린이재단
청소년들은 친환경적인 실천을 유별난 행동보다는 가치있는 행동으로 인식했다. 자료=초록우산어린이재단

◇ '지구 살리기' 앞장서 실천하는 청소년 환경운동가들 

기후위기의 가해자인 어른들과 달리 피해자인 미래세대는 생각보다 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환경단체들의 활약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현재 환경운동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인물·단체는 만 18세의 그레타 툰베리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툰베리는 만 15세였던 지난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우리 문명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는데 희생당한다”며 “당신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고 질타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지구의날을 기념해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도 멕시코 출신 환경운동가 시예 바스티다(18)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툰베리와 바스티다는 모두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에 나선 세계 청소년들의 연대조직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 FFF)에 소속돼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청소년 기후행동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에서도 ‘청소년 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FFF의 공식 한국 파트너로서 활약하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기후정상회의 연설에 대해 “ 한국 정부가 기후 대응을 위해 사실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떳떳이 말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스러웠고 또 부끄러웠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배출량(7.091억톤) 대비 70%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13일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을 비판하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의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으로 인해 환경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청소년들의 미래 기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가해자인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아이들이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래세대의 기후변화 인식조사 및 제도개선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 3학년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나 탐구 분야에서 더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교육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래세대가 성장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환경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어른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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