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인터넷이 보급된 시대, 개인의 의견이 국민적 어젠다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네티즌 커뮤니티의 결실이다. 다만 국민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해, 공론화되지 못한 안건은 공중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 화제성이 부족한 의견에도 힘을 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2016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설한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이다. 이곳에 게재되는 의견은 반응이 저조하더라도 당국이 모니터링하며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뉴스로드>는 우리 사회의 공공선 확장 차원에서 관련 사안을 발굴해 보도한다.

사진=국민생각함 웹사이트

국민생각함에서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한 설문조사가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해당 서비스는 여성들의 귀갓길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동행해주는 제도다. 공휴일을 제외한 월요일 오후 10시부터 12시, 화~금요일 오후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전화 또는 앱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 의제를 제안한 건국대 학생들은 “밤길 안전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지역별로 다양한 치안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여성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9 범죄분석에 따르면, 당해 성폭력 범죄 3만2029건 중 저녁 6시 이후 발생 사례는 52.3%로 전년 대비 0.3% 늘었다.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지역이 매년 확대되고 있음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던 셈이다.

2019년 성폭력 범죄 발생 시간. / 표=대검찰청 2019 범죄분석
2019년 성폭력 범죄 발생 장소. / 표=대검찰청 2019 범죄분석

네티즌들도 대체로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들이 국민생각함 및 안심 귀가 서비스 앱에 남긴 리뷰를 보니 ▲서울시 지역구 외 부족한 서비스 범위 ▲여성 안전을 위해 여성 스카우트 대원이 동행하는 문제 ▲성범죄 발생이 잦은 새벽 시간대에는 서비스되지 않는 점 ▲매일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들은 이용하기 번거로운 점 등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네티즌 A씨는 “성범죄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카우트 대원을 확충해 주말과 공휴일 포함 365일, 새벽에도 동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여성에게만 제공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었다. 네티즌 B씨는 “남성이 범죄를 당하게 되면 무혐의 종결되거나 2차 피해로 신체적 비하를 당하는 일도 있다”며 “안심 귀가 서비스를 여성에게만 제공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공공기관과 민간인이 제작한 모바일앱이 마켓에 함께 등록돼 있어 혼동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인이 등록한 앱이 한동안 서비스 당국 연락처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불편을 느꼈다는 사례도 있다.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 네티즌들은 “안그래도 귀갓길이 어두워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녔는데 데려다 주니 고맙고 안심된다” “위급 상황 시 대응뿐 아니라 젠더폭력 예방 정보도 제공돼서 좋다” “신고를 한 뒤 바로 전화가 와 믿음직스러웠다” 등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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