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세계보건기구(WHO)
자료=세계보건기구(WHO)

최근 반포한강공원에서 대학생이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야외 음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야외 음주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음주 폐해를 예방하고 시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금주구역 지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금주구역을 지정하기 전에 토론회, 공청회를 통해 충분하게 시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도시공원 22곳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해 음주로 인한 소음·악취에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음주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강공원은 도시공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현재까지는 음주청정지역에서 빠져있다. 

하지만 다음 달 30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일부 공공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반할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개정안 시행에 발맞춰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최근 대학생 손정민씨(22)가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울시의 조치를 지지하는 의견도 많지만, 과도한 조치라는 반발도 많다. 한 누리꾼은 “유원지나 캠핑장도 심각한데 한강공원만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며 “규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론에 휘둘려 시민들을 과도하게 통제하려 한다”며 “사고만 나면 규제가 늘어나니 공산주의 사회와 다를게 뭔가”라고 금주 논의를 비난했다. 

◇ 10개국 중 6개국, 거리·공원 음주 규제

하지만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에 반대하는 여론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대부분 대중교통이나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의 음주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194개국 중 자료가 보고되지 않은 168개국을 조사한 결과 2016년 기준 102개국이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거리 및 공원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었다. 10개국 중 6개국은 야외 음주를 규제하고 있다는 것.

이 가운데 절반인 50개국이 음주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었으며 33개국은 부분 금지, 19개국은 자발적 금지를 권고하고 있었다. 한국과 같이 규제가 전혀 없는 국가는 66개국이었다. 

거리 및 공원은 음주 규제가 가장 덜한 공간에 속한다. 교육·공공·의료기관 등의 음주 규제는 전 세계의 85% 이상 국가가 도입했으며, 종교시설이나 스포츠 경기에서도 70% 이상의 국가가 음주를 규제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관련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2016년 기준으로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규제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됐다.

주요국의 야외 음주 규제안을 살펴보면, 국내 규제가 그동안 상당히 느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음주 규제가 가장 강력한 싱가포르는 지난 2015년 주류통제법을 시행하면서 저녁 10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 모든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공공장소는 사실상 개인공간과 음주가 허용된 점포를 제외한 모든 곳으로 공원이나 거리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주민공동공간, 복도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싱가포르에서 술집, 식당, 자택 등을 제외하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간에서 술을 마시면 1000싱가포르달러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며, 반복 위반 시 2000 싱가포르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3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미국은 주별로 차이가 있으나 야외 음주 및 술병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공공장소 음주를 법으로 금지한 주는 13곳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공장소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주는 35곳, 특정지역에서의 음주만 허용하는 주는 13곳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에서 야외 음주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호주 또한 공공장소 일부를 음주금지구역(Dry Area)으로 지정해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 뚜껑을 연 술병을 소지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해달라" 국민청원 등장

WHO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한국의 연평균 1인당 알콜 섭취량은 10.2리터로 아시아에서는 라오스(10.4리터)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WHO는 2016년 한국 사망자의 7.6%는 음주와 연관이 있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5.3%)보다 2.3%p나 높은 수치다. 

이처럼 자칫 상해·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야외 음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손정민씨 사건 이후로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강 실종 의대생 대학생 ***법 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달라며 “한강공원 금주로 조성하고 씨씨티비를 더 확보해달라. 안전한 공원 이용할수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4일 현재 해당 청원에는 6542명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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