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
자란.

 

초록빛이 도열하여 있다. 푸른 잎의 춤사위 같고 파란 혀끝을 날림 거리며 감미로운 바람결을 음미한다. 산은 녹색커튼을 치고 은밀한 사랑을 속삭인다. 사랑 소리가 메아리치고 메아리에 꽃송이가 수줍게 웃는다. 수줍게 웃는 꽃 속에 찬란하고 화려한 홍자색 꽃송이가 피어 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서도 살아있어 반갑구나. 대견하고 어여쁘다. 홍학처럼 우아한 날개와 화사한 색채를 가진 고혹적인 자태에 “이게 야생화 맞아” 하는 의문을 가졌던 꽃이다. 순수한 야생화인 난과의 ‘자란(紫蘭)’이다. ‘자주 빛 난초’라는 뜻이며 꽃 색채가 곱고 꽃술 가운데가 주름진 것이 매력 포인트이다. 대왕 꽃이라고도 한다. 난초과이지만 겨울에는 잎이 말라져 풀 같은 특성으로 상록성인 난(蘭)과 비교되는 애매모호한 난이기도 하다.  

학명은 Bletilla striata (Thunb.) Rchb.f. 이다. 속명 블레틸라 (Bletilla)는 스페인의 약제사 L.BLET를 기념한 bletia의 축소형을 말한다. 종소명 스트리아타(striata)는 ‘줄무늬’가 있다는 뜻이다.

자란속(Bletilla)은 전 세계에 약 9종이 있다. 납작한 구형형태의 흰색 뿌리이고, 5∼6개의 잎이 서로 감싸면서 줄기처럼 된다. 줄기에서 나온 잎은 밑동을 서로 감싸면서 줄기처럼 곧게 일어선다. 잎은 길이 20∼30cm, 나비 2∼5cm의 타원형으로 세로의 주름이 많으며 대나무 잎을 닮았다. 홍자색 꽃은 5~6월 꽃줄기 끝에 6∼7개 피는데 크기는 지름 3cm 정도이다. 

 

자란.
자란.

 

화사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인하여 너도나도 가져가는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산림청 희귀식물(2012.1.26.)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환경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7.11.30.)의 멸종위기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다. 다행히 야생화 농가에서 많이 증식을 많이 하여 화분용으로 사랑받고 있다. 토양은 가리지 않고 습한 곳이나 건조지에서도 잘 생육한다. 양지에 심어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난과 식물이지만 봄에는 햇빛이 잘 보이고 한여름에만 반그늘이 좋다. 생육이 왕성하므로 화분에 심으면 3년 후에는 분갈이를 해주어야 해마다 충실하고 풍성한 꽃을 볼 수 있다.

자란.
자란.

 

홍자색 꽃에서 꿀을 탐닉하는 꿀벌에 감탄한다. 꽃송이에 내려앉은 꿀벌이 길쭉한 통 모양을 이룬 안쪽으로 들어가 보지만 꿀이 없다. 꿀을 발견하지 못한 꿀벌이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오면서 꽃가루를 몸에 묻히게 되어 꽃가루받이가 된다. 꽃잎 속의 주름진 것은 꿀벌을 유인하는 유인선이고, 안내선 같지만 가짜이고 허상이다. 그래도 꽃 속에 들어가서 꿀을 따려는 꿀벌의 몸부림이 안타깝고 대견하다.

꿀벌이 꿀을 얻기 위한 노력을 아시는가. 꿀 1kg을 얻으려면 꿀벌 1마리가 4만 번을 출역해야 한다. 한번 출역에 30~50㎎의 꿀을 수집하므로 560만송이 꽃을 찾아 다녀야 한다. 하루 동안에 6백송이 정도의 꽃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이러한 수고로움 덕분에 달콤한 꿀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저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꽃말은 ‘서로 잊지 말자’ ‘서로 잊지 않는다’이다. 홍학의 유영하는 것 같은 매력적인 모습을 잊지 마시라. 5월 아름다운 모습을 잊지 말자.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자.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도 잊지 말자. 스승의 고마움도 잊지 말자. 그리고 서로의 약속도 잊지 마시라. 말(言)의 약속도 잊지 마시라. 이렇게 서로의 신뢰와 신의에 의미를 전해 주고 있다.  

빛이 머물다간 꽃에는 그리움이 쌓이고 머문다. 바람이 스쳐간 꽃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그윽하다. 사람의 마음이 담겨진 꽃에는 사랑과 정이 가득하다. 서로 잊지 말고, 잊지 않으며 향기 그윽한 향린(香隣)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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