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예상과 달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정하면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공수처가 예상과 달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정하면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1월 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선택했다. 공수처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면서, 언론도 일제히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0일 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을 ‘2021년 공제 1호’ 사건으로 등록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 4명을 포함한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배제를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지난달 23일 경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감사원은 특채된 해직교사 중 한 명이 2018년 6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조 교육감과의 후보 단일화로 사퇴한 뒤 선거캠프에서 공동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 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직교사를 특정하여 특별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서울시교육청은 특별채용 심사위원회 구성·운영에 있어서 부적정하게 운영한 사실이 없다”며 “감사원의 이번 처분요구에 대해 즉각 재심의를 신청하여,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무혐의를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추미애·이재명, 공수처 1호 사건에 '유감'

공수처가 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택하자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빅카인즈를 통해 중앙지·경제지·지방지·방송사 등 국내 54개 매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관련 기사는 총 299건 보도됐다. 발표 후 5일간 각각 45건, 59건, 45건, 47건, 35건의 기사가 꾸준하게 보도됐으며, 주말을 맞아서야 기사 수가 줄어들었다.

공수처의 조 교육감 1호 사건 등록과 관련된 기사의 핵심 연관 키워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 사건을 수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강력하게 비판한 두 사람의 목소리를 언론이 집중 조명했기 때문이다. 

추 전 장관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공수처는 중대범죄도 아니며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의  건’ 대해 별스럽게 ‘인지 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했다”며 “공수처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 뭉개기 한 죄”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 또한 14일 페이스북에 ‘공수처 1호 사건 유감’이라는 글을 올리고 공수처의 조 교육감 사건 수사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나 말할 법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지사는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법률(교육공무원법 제12조)에 근거해 이뤄져온 일”이라며 “우리 정부가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한 상황에서, 개선이 필요한 종래의 법령을 가지고 공수처가 가진 큰 칼을 휘두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문제를 1호 사건으로 고른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문제를 1호 사건으로 고른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언론, "공수처, 만만한 사건 골랐다" 비판

공수처가 판·검사나 정치인 비리도 아닌 조 교육감 특채 의혹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정한 것을 두고 언론은 대부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교육감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만 기소 대상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매체는 공수처가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고 쉽고 안전한 길을 고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일 “현재 수사를 이끌 공수처 검사가 정원(처·차장 제외 23명)보다 10명 적은 13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특별수사 경험이 적거나 아예 없는데, 감사원을 통해 기초 조사가 끝난 조 교육감 사건이 비교적 감당할 만하다”며 “조 교육감이 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사라 공수처가 다룰 만한 상징성도 있고, ‘정권에 영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조 교육감 특채 의혹이 공수처의 첫 사건이 된 것은 수사 역량과 정치적 상황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중앙일보는 12일 기사에서 “교육공무원법에 특별채용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 비록 채용 담당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최종 인사권자는 조 교육감”이라며 “밝혀진 사실관계만 봐서는 직권남용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법조계 관계자 의견을 인용해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기사를 통해 “조 교육감 사건은 감사원이 이미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해 놓았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 부담이 크지 않다”며 아직 인적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공수처가 비교적 덜 부담스러운 사건을 골랐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검찰 관련 사건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여지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는 김종민 변호사 발언을 인용하며,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도구”라는 비판을 피하고자 여권 인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내놨다.

◇ 與, 공수처 비판에 언론 "누워서 침 뱉기" 

일부 매체는 공수처를 비판한 여권 인사의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공수처 설립을 밀어붙였던 여권이 공수처 수사에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조 교육감 사건이) 상징성이 크고 관심이 집중된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삼기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여권 인사들이 일제히 공수처를 겨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마치 친정부 성향 인사 수사에 대한 반발과 함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압력 행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여권의 공수처 관련 발언을 공수처의 정당성을 비판하기 위한 근거로 삼았다. 조선일보는 14일 “與까지 비판하는 정체불명 공수처, 없애는 게 마땅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공수처 설립을) 서둔 것은 정권 불법을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고 손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정권 편 인물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불법 채용 의혹을 선택하자 여권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공수처를 공격하고 있다. 한심해서 실소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가 있다면 검찰이 손 대기 힘든 권력 비리를 수사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1호 사건으로 선택해야 했다”며 “이런 사건엔 눈을 감고 기존 검찰이나 경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교육감의 불법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택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공수처는 처장이 이성윤 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로 모시며 황제 대접을 했을 때 이미 수사기관으로서 권위와 명분에 파탄이 났다”며 “어차피 오래갈 수 없는 조직이다. 빨리 없애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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