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전경. 사진=SK E&S

SK그룹의 자회사 SK이앤에스(E&S)가 진행 중인 호주 가스전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현지를 포함한 국내외 환경단체들도 기후위기가 우려된다며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호주 주빌리 연구소, 노던테리토리 주 환경센터와 그린피스 등 27 개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20일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등 임원진에게 SK E&S의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개발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호주 북서부 티모르 해역에서 진행되는 바로사-칼디타 사업은 약 37억 달러 규모의 대형 가스전 개발 사업으로, 공사가 완료되는 2025년부터 20년간 매년 37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NG)와 1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게 된다. 

SK E&S는 지난 2012년부터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와 바로사-칼디따 해상 가스전을 개발해왔으며, 지난 3월 최종투자의사결정(FID)을 확정하고 LNG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SK E&S는 가스전 지분 37.5%를 보유했으며, 향후 5년간 총 투자비 37억달러(약 4조2000억원) 중 보유 지분에 해당하는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해 오는 2025년부터 20년간 연간 130만톤의 LNG를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SK E&S 의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사업 추진으로 인해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돼 기후위기를 초래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 당초 사업을 주도했던 미국 기업 코노코필립스(ConocoPhilips)가 호주 해안석유환경청 (NOPSEMA)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사업은 연간 LNG 생산량(370만톤)의 1.5배에 달하는 약 54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에 매장된 천연가스에 불순물로 섞인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18%로, 온실가스 배출집약도(1톤의 LNG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가 1.47tCO2/tLNG에 달한다. 이는 호주 내 다른 가스전의 평균집약도(0.7tCO2/tLNG)의 2배 수준이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단체들은 “LNG가 소비되면서 발생될 약 1000만톤의 이산화탄소까지 고려하면 이 사업으로 인해 연간 15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는 2000MW급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의 연간 배출량보다도 많은 수준”이라며 “이 사업의 운영기간인 20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 전체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막대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의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 자료=기후솔루션
바로사-칼디타 가스전(맨 왼쪽 빨간색 네모)의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 자료=기후솔루션

SK E&S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저탄소 LNG를 생산,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CS 기술을 활용하면 LNG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상 폐가스전에 저장하거나 LNG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제거할 수 있다는 것. 실제 SK E&S는 지난해 11월 공동사업자인 호주 산토스와 ‘CCS 및 탄소저감사업 협력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으며, 올해 3월에는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하고 CCS 프로젝트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또한 SK E&S는 호주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를 국내로 들여와 충남 보령 인근 지역에 건설 예정인 수소생산 플랜트를 통해 CO2를 제거한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SK E&S는 LNG 생산과 활용 모두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만큼, 호주 가스전 개발의 의미는 친환경에너지 개발을 통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실현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SK E&S의 주장이 일종의 ‘그린 워싱’(기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상품이나 사업의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해 홍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SK E&S 가 협력사와 계획 중인 호주 내륙 소재 ‘뭄바’ 유전의 CCS 사업은 매우 초기단계에 불과해 기술적, 경제적 실현 가능성도 검증되지 않았으며, 계획에 따르더라도 저감가능한 이산화탄소 양이 가스전 배출량의 1/3 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에너지기업 쉐브론이 운영하는 호주 고르곤(Gorgon) LNG 사업의 경우 24억 달러(약 2.7조원)를 투자해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CCS사업을 추진했으나 지층 압력 등 예상치 못한 문제로 인해 완공이 미뤄졌고, 결국 당초 계획 대비 3분의 1 수준의 탄소 포집·저장만 이뤄지고 있다. 쉐브론 또한 주 환경부가 요구한 탄소감축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수단을 강구하는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SK E&S가 계획한 폐가스전 활용방식도 기술과 비용의 문제를 배제한 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스전 인근 생태계 파괴 문제도 우려된다. 가스전 부지를 포함해 육상 터미널을 연결하는 26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은 멸종위기종인 올리브 리들리 바다거북과 납작등 바다거북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가스전의 파이프라인은 호주 북부지역 주민들의 생계에 직결되는 2개의 주요 어장을 침해해, 현지 어민들의 어업권과 식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티위 섬 지역 주민들의 권리가 침해될 위험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2017년 바로사-칼디타 사업 관련 의견 수렴 과정에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티위 섬 원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으며, 협의 절차 또한 부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SK그룹은 자회사들의 RE100 선언과 함께 석유·석탄 투자 중단 및 탄소배출 3분의 2 감축이라는 선도적인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며 “바로사-칼디타 가스개발사업은 역사상 최악의 화석연료 개발사업이자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사업으로 SK가 제시한 비전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SK그룹의 가치와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며 “SK그룹 및 SK E&S가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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