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식품의약품검정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쥐에게 백신을 교차접종한 결과 중화항체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자료=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
중국 식품의약품검정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쥐에게 백신을 교차접종한 결과 중화항체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자료=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

국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을 통해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이유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정보분석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국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들에 대해서 화이자 등 교차접종 임상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연구는 예방접종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차접종은 1차와 2차 접종 시 서로 다른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사람에게 2차로 화이자 등의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교차접종과 관련된 임상시험이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정 백신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다른 백신을 교차접종함으로써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데다, 국내처럼 특정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높을 경우 교차접종을 통해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할 수도 있기 때문.

교차접종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서로 다른 백신을 사용할 경우 면역반응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스페인에서는 최근 1·2차 접종에서 각각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해 접종한 결과 면역반응이 개선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 연구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18~59세 663명의 참여자 중 442명에게 8~12주 뒤 2차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대조군인 나머지 221명에게는 어떤 백신도 접종하지 않았다. 2차 접종 일주일 뒤 두 집단을 조사한 결과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집단은 면역반응이 기존보다 120배 증가한 반면, 대조군은 변화가 없었다. 

또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집단은 코로나19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7배나 늘어났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2차 접종한 경우에 비해 2배 이상 효과가 높은 것이다. 반면 교차접종 시 이상반응이 보고된 경우는 1.7%로 증세 또한 두통, 피로, 근육통 등 경미한 수준이었다.

동물 대상 실험이지만 중국에서도 지난 3월 교차접종과 관련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중국 식품의약품검정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4종류의 코로나19 백신 조합을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일부 조합에서 면역반응이 개선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인체에 무해한 감기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을 1차 투여한 뒤 다른 백신을 투여하자 쥐의 항체 수치가 증가하고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도 촉진됐다는 것.

◇ 교차접종, 면역체계에 더 많은 바이러스 정보 전달 가능성

여러 연구에서 교차접종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어떤 기제를 통해 교차접종이 면역반응을 강화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샨 루 메사추세츠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테크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을 조합하면 왜 효능이 개선되는지는 미스테리다. 이 메커니즘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백신을 활용함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더욱 정확하기 인식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헬렌 플레처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5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두 종류의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데는 실용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면역체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 정보를 담은 백신이 인체에 투여되면, 면역체계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모습을 한 백신에 대응하면서 실제 감염됐을 때를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종류의 백신을 교차 접종한다는 것은, 면역체계에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한다는 뜻이 된다. 백신이 사진이라면, 한 방향에서 찍은 사진만 보는 것 보다는 서로 다른 두 방향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이 실제 바이러스를 인식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플레처 교수는 “두 종류의 서로 다른 백신을 접종하면 한 종류의 백신만 접종하는 것보다 면역반응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교차접종으로 인한 뚜렷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매튜 스네이프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830명을 대상으로 교차접종을 실험한 결과 경증과 중증도 사이의 부작용(오한, 피로, 두통, 발열 등) 증상 빈도가 늘어났으나 수일 내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백신을 접종한 것에 비해 부작용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국내에서는 약 400~500명 정도의 규모로 교차접종 임상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교차접종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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