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서있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서있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또다시 ‘홀대론’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행사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홀로 서있는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 영상에서 캡처된 것이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94)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논란이 된 사진에서 문 대통령은 행사장을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퍼켓 대령을 바라보며 행사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사진을 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대통령을 보니 창피하다”, “영어공부 좀 하라” 등 조롱 섞인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참 답답하다. 어떻게 해외 나갈 때마다 이런 광경을 봐야 하나”라는 글을 남겼다가 곧 삭제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전 담당자(빨간색 동그라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순서는 왼쪽 위, 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 왼쪽 아래 순.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 의전 담당자 기다리는 모습 두고 ‘왕따’ 비난

하지만 실제 행사 영상을 확인해보니 문 대통령이 홀대를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MBC 등에서 방송된 훈장 수여식 영상을 살펴보면, 문 대통령은 수여식이 끝나고 사진촬영까지 마친 뒤 퍼켓 대령과 참석자들이 축하 인사를 나누는 동안 예의를 지켜 자리에 서있다. 이후 퍼켓 대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퇴장하자, 문 대통령도 흰 제복을 입은 군인의 안내를 받아 뒤이어 이스트룸을 나섰다. 

문제는 논란이 된 영상 캡처에서는 문 대통령의 의전을 담당한 군인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검은 제복의 군인 사이에 머리 일부가 보이는 남성이 문 대통령의 의전 담당자로, 영상에서는 담당자가 문 대통령에게 걸어가는 모습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이 의전담당자를 기다려주느라 서있었던 시간은 4~5초 남짓에 불과했다. 

수여식이 열린 상황을 고려해도 문 대통령이 홀대를 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수여식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명예훈장 수여식이었으며, 문 대통령은 미군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첫 외국 지도자다. 게다가 수여식이 끝난 뒤에는 두 정상 간의 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다. 일부러 첫 수여식 대상을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정하고 문 대통령까지 초청해 한미동맹을 강조한 미국 정부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문 대통령을 일부러 따돌렸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5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방문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 반복되는 ‘문재인 홀대론’, 대부분 근거 빈약

문 대통령이 해외에서 홀대를 당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홀대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계단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지 않았고, 미국측 인사가 마중도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준비된 차량이 리무진이 아닌 SUV였다는 것. 보수 유튜버가 제기한 문 대통령 홀대론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푸대접’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방문은 공식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빈 방문이나 실무 방문에 준하는 의전이 제공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도 별다른 의전이 준비되지 않았다.

또한 외국 정상에게 리무진 제공이 일반적이며 SUV는 의전용 차량이 아니라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등도 미국 방문 시 SUV 차량을 이용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방중 때도 문 대통령이 10끼 중 2끼만 중국 지도부와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홀대론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같은 일정 중 중국 지도부와의 식사는 세 차례에 불과했다. 게다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행사인 난징대학살 80주년 기념식과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겹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문 대통령은 당시 중국 지도부 핵심 인사인 리커창 총리와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리 총리와의 별도 회담을 통해 사드 보복 조치 해제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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