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첫주부터 백신 접종자는 야외에서 마스크 없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자료=보건복지부
오는 7월 첫주부터 백신 접종자는 야외에서 마스크 없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자료=보건복지부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방역수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퍼지고 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보고했다. 지원 방안에 따르면, 방역수칙 완화 조치는 3단계로 진행되며, 2단계인 7월 첫 주부터 백신 1·2차 접종자(접종 후 14일 경과)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다수가 모이는 집회, 공연, 행사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그대로 유지된다. 

박혜경 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도 2m 이상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만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1차 접종자에 한해 야외 마스크 착용을 예외로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 CDC, ‘노 마스크’ 지침의 과학적 근거는?

보건당국이 이번에 발표한 방역수칙 완화 조치는 백신 접종 후에도 마스크 착용을 권했던 이전 입장이나 기존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차이가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마스크나 다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조치에 대한 완화나 변경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 상황”이라며 “1차 접종만 가지고서는 그런 지침(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해 실내외 모두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새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는 “백신 완전 접종자는 주 법률 등이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환경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물리적 거리두기 없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CDC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바이스러 전파력도 낮아진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놓여 있다. 실제 CDC는 14일 ‘질병 발병·사망률 주간 보고서’(MMWR)를 통해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CDC에 따르면, 미국 내 백신 접종 초기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최전방 의료진의 94%가 백신의 면역효과로 인해 보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접종만 마친 의료진에게서도 82%의 보호 효과가 발견됐다.

또한 CDC는 백신 접종자의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가 비접종자에 비해 매우 적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바이러스 부하는 혈액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의 양을 가리키는데, 혈액 1ml당 바이러스 개체 수로 표시된다. 이 수치가 높으면 감염이 진행 중이며 전염성도 높다는 뜻인데, 백신을 접종한 경우 바이러스 부하가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우리 보건당국 또한 미국 CDC가 공개한 연구 결과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박혜경 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26일 브리핑에서 “1차 예방접종 완료자의 경우 타인으로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 백신 완전 접종자의 방역수칙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 지침을 발표했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 백신 완전 접종자의 방역수칙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 지침을 발표했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WHO,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 전염 및 접종 상황 따져야"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CDC의 ‘노 마스크’ 방침이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다트머스대학의 전염병학자 앤 호엔 교수는 25일 과학전문매체 네이처를 통해 “마스크 착용은 우리가 가장 마지막에 중단해야 할 일”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23명의 전염병학자 중 80%가 실내에서는 향후 1년 이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6개월 이내에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의 전염력이 약화됐다는 과학적 근거가 분명하더라도,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는 섣부른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CDC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실제로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모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건당국의 지침을 완벽하게 따르거나, 정부나 지자체, 기업들이 잠재적인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시카고 지역의 전염병학자 테레사 채플 맥그루더 박사와 개빈 야메이 듀크대 교수는 18일 타임지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CDC가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화한 이후) 월마트,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등 대형 체인점들뿐만 아니라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미시간 주 등이 즉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중단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주 정부와 기업들은 그저 비접종자들이 바이러스나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최선의 상황만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희망’은 매우 취약한 공중보건 전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미국의 마스크 착용 규제 완화에 우려를 표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4일 화상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해당 지역의 전염 강도와 백신 보급 정도를 모두 고려하는 맥락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사람들이 다수 밀집되어 있는 현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계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점검하면서 예방접종의 유무를 확인하겠다"며 "거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있으면 신속하게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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