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서울 선언문'을 채택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5월 31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서울 선언문'을 채택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31일 막을 내렸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기후 관련 다자 정상회의인 만큼 환경운동계의 기대가 높았지만, 막상 P4G의 성과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P4G에서 우리 정부가 약속한 기후위기 대책은 적지 않다. 우선 P4G 개최 하루를 앞둔 지난 29일에는 민·관이 함께 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향후 사회 전 분야에서 탄소저감을 위한 정책 개발 및 실천을 주관하도록 했다. 

그동안 환경운동계가 요구해왔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문재인 대통령 30일 개회사에서 2030년 NDC를 추가 상향해 오는 11월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가장 큰 위협으로 평가받은 석탄발전에 대해서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개회사에서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이미 우리 정부 출범과 함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조기 폐지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해외 신규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환경단체 "NDC 상향 약속, 구체적 수치 제시돼야"

NDC 상향 및 석탄발전 지원 중단 등 환경운동계의 요구사항이 이번 P4G와 최종 채택된 ‘서울선언문’을 통해 공식화됐지만,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P4G가 ‘그린 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이번 P4G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NDC 상향과 관련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제연합(UN)에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냈다가, 올해 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목표치를 상향해 다시 제출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11월 열리는 26차 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된 NDC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미 유엔이 3개월 전 우리 정부에 권고했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따라야 할 의무사항을 다시 언급한 것뿐인 셈이다. 이번 P4G에서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려 했다면, 모호한 NDC 상향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어야 한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NDC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제출한 목표와 산정 방식만 다를 뿐 거의 차이가 없는 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턱없이 불충분한 수준이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연평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NDC는 24.4%가 아니라 그 두 배가 넘는 59%까지 높아져야 한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계는 구체적 수치 없이 “11월 상향된 NDC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사실상 관련 논의를 11월까지 미루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31일 논평을 내고 “한국 정부는 개최국으로 진행한 이번 P4G에서도 또다시 NDC 상향을 COP26이 열리는 11월로 연기했다”며 “지난 4월 기후정상회담에서 NDC 상향 발표를 한 차례 미룬 데다, P4G 개최국으로서 선도적인 의지 표명에 대한 기대마저 무산되었기 때문에 한국이 기후대응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국제적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당 또한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약속에 ‘알맹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겠다는 언급만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4월 기후정상회의, 5월 한미정상회담 및 P4G)”라며 “이제 약속의 재탕은 그만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구체적 수치를 선언하고 실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 중단, 건설 중인 발전소는?

문 대통령이 이번 P4G에서 밝힌 석탄발전에 대한 입장도 기존에 비해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허가를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현재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7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 약속 또한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게다가 지난 1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도입한 해외석탄발전소에 대한 지원’ 등 예외 규정을 마련하겠다며 최근 정책 기조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후솔루션은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그럴듯한 선언을 내세우며 뒤돌아서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며 “초기 단계에 있는 석탄발전 사업을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전력계통 인프라 확충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도 31일 논평을 내고 “파리협정에서 정한 지구온난화 1.5℃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OECD 국가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 퇴출해야 한다는 게 기후 과학의 경고”라며 “11월 당사국 총회까지 남은 시간에 한국 정부는 ‘어떤 약속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2030 탈석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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