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RNA 기반 백신의 특허 관계도.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코로나19 mRNA 기반 백신의 특허 관계도. 사진=한국바이오협회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산 백신 개발 및 상용화를 통해 백신 수급을 안정화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새로운 백신 플랫폼인 mRNA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바이러스를 처리한 뒤 활용하거나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활용하는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정보를 직접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mRNA 백신은 감염 우려가 없고 변이에 대응하기도 쉬운 데다,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국내 제약사, mRNA 백신 위탁생산 넘어 국산화 추진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지닌 mRNA 백신을 국산화하기 위해 국내 제약업계와 정부가 함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이는 생산된 백신 원액을 충전·포장하는 것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원액 생산이 가능한 설비까지 갖추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술이전이 아닌 만큼 국산 기술 개발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 중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는 아직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제약사 5곳(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로직스)은 합성항원이나 DNA,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mRNA 백신 개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지난 3~4월 시행된 두 차례의 기술수요조사 결과 17개 기업이 국산 mRNA 백신 개발 의향을 밝힌 상태다. 

최근에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주축으로 에스티팜, 제넥신 등 10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mRNA 백신 기술 확보에 나선 상태다. 서울대, 포스텍, 명지의료재단 등 의료계뿐만 아니라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도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기업 중 한미약품의 원료의약품 계열사 한미정밀화학은 mRNA 백신 제제 원료인 리피드 합성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 또한 지난 4월 제네반트 사이언스(Genevant Science)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지질 나노 입자(LNP) 기술 도입을 위한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기술 개발에 나설 경우 예상보다 빠른 국산화가 가능할 수 있다. 

◇ 정부, mRNA 전문위 구성해 총력 지원

정부 또한 mRNA 기술 국산화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최초로 사용승인을 받은 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의 경우 미국 정부의 ‘초고속 작전’에 따라 수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약 1년 만에 백신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화이자와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앤텍 또한 독일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재인 정부도 민관 합동으로 mRNA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mRNA 전달기술 등 특허회피 원천기술 개발), 보건복지부(비임상 및 임상시험 지원), 산업부(원자재·생산기술·기반구축) 등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해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에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모더나와 mRNA 백신 연구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양해각서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동연구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모더나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 국립보건연구원이 mRNA 백신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향후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코로나19 백신 이외에도 국내에서 필요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복잡한 특허관계, mRNA 국산화에 걸림돌 우려도

mRNA 백신이 아직 널리 상용화된 기술이 아닌 만큼, 국산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mRNA 기술을 둘러싼 특허 문제는 향후 국내 제약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1일 발표한 ‘코로나19 mRNA 백신에 얽힌 복잡한 특허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mRNA를 이용한 치료법은 지난 1990년대 초 처음 발견됐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가 2005년 현재 백신기술의 기반이 되는 논문을 발표하며 특허권을 획득했다. 

이후 리보테라퓨틱스(RiboTherapeutics)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부터 특허 실시권을 허여받았고, 계열사인 셀스크립트(CellScript)에 재실시권을 넘겨줬다. 모더나와 바이오앤텍 또한 셀스크립트로부터 재실시권을 이전받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지질나노입자(LNP)를 통해 mRNA를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도 특허관계가 복잡하다. 이 기술은 1998년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교와 아버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가 공동 개발한 뒤 특허권이 아버터스로 이전됐다. 이후 아버터스는 2012년 아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에 기술 실시권을 허여했고, 2016년 큐어백과 LNP 기술 특허를 실시할 수 있는 옵션권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는 아퀴타스로부터 해당 특허의 재실시권을 허여받았고, 바이오앤텍은 아버터스가 로이반트와 공동 설립한 제네반트로부터 재실시권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모더나는 특허권 문제로 캐나다 및 미국 특허청에서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백신 개발기술은 보통 대학 연구기관이나 스타트업에서 최초 개발된 뒤 상용화를 위해 대형 제약사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복잡한 특허 관계를 구성하게 된다. 특허관계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 없이 mRNA 기술 국산화를 추진할 경우 지적재산권 문제로 개발이 지연될 위험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mRNA를 이용한 백신 임상 성공으로 미래의 의약품으로서의 mRNA 기술 잠재력이 확인됐다”며 “mRNA 관련해 기존 해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 영업비밀, 노하우 등 복잡하게 관여되어 있는 법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우리 기업들도 mRNA 백신 및 차세대 의약품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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