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코스피 및 거래량(아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한 달간 코스피 및 거래량(아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이후 중단했던 공매도를 재개한지 한 달이 지났다. 상승세인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기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 공매도 재개 우려에도 증시는 상대적 ‘안정’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주가지수는 공매도 재개 직전 거래일인 4월 30일에 비해 코스피는 2.4% 상승, 코스닥은 0.2% 하락(6월 2일 종가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5월중 세계증시는 미국 물가 상승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으로 혼조세를 나타냈다”며 “국내증시의 경우 기업실적 개선, 개인매수세 지속 등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재개 초기 누적된 수요가 폭발하며 거래대금이 폭증했음을 고려하면 주가지수가 안정화된 것은 주목할만 하다. 실제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882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208억원)이나, 공매도 금지 직전(2020년 3월, 6542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의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늘어난 공매도 수요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25.4조원으로 공매도 재개 직전(2020년 3월, 13.7조원)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총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 또한 2.7%로 지난해 3월(4.7%) 대비 40% 가량 줄어들었다. 

금융위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과거 대비 증가했으나, 전체 거래대금이 과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상승폭은 크지 않다”며 “공매도 거래대금은 개시 초기 금지기간 누적됐던 공매도 수요로 인한 높은 증가폭이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5월 첫째주 일평균 8416억원이었던 공매도 거래대금은 4주차에 들어 637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자료=금융위원회
공매도 상위 종목 주가변동률.(4월 30일 종가 대비 6월 2일 종가 기준) 자료=금융위원회

공매도 수요가 몰린 개별종목의 주가를 봐도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다. 지난 한 달간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삼성전자(6544억원)은 4월 30일 대비 주가가 0.9%(6월 2일 종가 기준) 하락했지만, 2위인 HMM(5677억원)은 오히려 20.5% 상승했다.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중 주가가 하락한 것은 6개, 상승한 것은 4개로 규칙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공매도 비중 상위 10개 종목의 경우 넷마블(17.6%)과 현대바이오랜드(15%) 주가가 각각 7.7%, 4.9%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종목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이후 공매도를 이끌었던 것은 역시 외국인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827억원으로 전체 공매도 대금의 84.7%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외국인 공매도 증가는 롱숏전략(매수·매도를 동시에 활용하는 투자전략)에 따른 매수·매도 확대 등에 기인하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며 “실제, 코스피의 경우 공매도 허용종목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금지종목보다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13억원으로 지난해 1~3월(78억원)에 비해 45%나 늘어났지만, 전체 공매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1.2%) 대비 0.4%p 증가한 1.6%로 여전히 매우 작았다.

 

2008년 공매도 금지 전후 외국인 순매수 추이(주별). 자료=삼성증권
2008년 공매도 금지 전후 외국인 순매수 추이(주별). 자료=삼성증권

◇ 증권사 "공매도 재개, 증시 미칠 영향은 제한적" 예상 적중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의 상황은 재개 직전 증권가가 내놓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가는 지난 4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실제 삼성증권의 경우 공매도 재개 전 “지난 2008년과 2011년에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으며, 금지해제 직후 3개월 동안 주식시장(KOSPI200)은 10%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 역시 해제 이후 3~6개월 동안 순매수를 보였다”며 “공매도 재개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단위의 충격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2008년 10월~2009년 5월까지 이어진 장기간의 공매도 금지 조치 전후, 외국인은 2008년 32.9조원의 순매수에서 2009년 29.8조원의 순매수로 전환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의 회복세와 함께 코스피 또한 2009년 49%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유안타증권 또한 공매도 재개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2번의 공매도 사례의 공통 특징은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1개월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 약세를 기록 ▲이후에는 대형주를 중심 으로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라며 “2009년과 유사하게 공매도 조치 이후 1개월 정도 는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3개월 정도로 판단할 때는 외국인 매수와 대형주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물론 공매도와 주가 간의 연관성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학계 및 연구기관 또한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도한다는 주장과, 공매도와 주가 간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주장으로 엇갈린 상태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3~2015년 공매도 비중 5% 이상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공매도 비중과 연간 주가수익률 간에는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한 달간의 상황을 볼 때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뚜렷하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는 “공매도 대금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으나, 국내외 시장전문가는 단순히 주가하락을 기대하는 공매도 물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공매도 재개는, 경기회복세 등 우호적인 거시·주식시장 환경 하에서 원활하게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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