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의 석탄발전소 보험 제공 규모.(단위: 조원) 자료=이소영 의원실
국내 손해보험사의 석탄발전소 보험 제공 규모.(단위: 조원) 자료=이소영 의원실

‘탈석탄’ 흐름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보험업계에도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7일 국내 11개 손해보험사에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에 관련된 보험 제공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석탄발전 사업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뿐만 아니라 건설보험과 재산보험을 제공하는 것도 ‘석탄금융’에 해당한다며, 손보업계도 ‘탈석탄 금융’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실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금융권에서 석탄발전 사업에 지원한 자금의 3분의 1은 보험의 형태로 제공됐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보사 11곳이 석탄화력발전소에 제공한 보험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보험을 제공한 곳은 삼성화재(15조390억원)였으며 DB손해보험 11조9750억원, 현대해상 10조6330억원, KB손해보험 6조8277억원, 메리츠화재 4조7713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보험업계를 통해 석탄발전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막상 석탄 보험에 대한 기준을 수립한 손보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손보사 중 유일하게 삼성화재가 지난해 11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관한 보험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미 국내 건설 중인 민자석탄발전 3개 사업에 건설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주요 보험사 30곳 중 23곳, 석탄사업 지원 중단 

환경단체들은 석탄발전 사업에 계속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 보험업계에게도 손실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석탄발전이 지속돼 기후위기가 악화될수록 자연재해의 빈도·강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지난 4월 발표한 ‘기후변화의 경제학: 무대응은 선택지가 아니다’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늘어난 폭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험업계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영국 보험사인 로이드(Lloyd’s) 또한 지난 2014년 기후변화 관련 손해액이 1980년대에는 연간 500억 달러였으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2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해외 보험업계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보험 제공 중단을 촉구해온 글로벌 캠페인 ‘인슈어 아워 퓨처’(Insure Our Future)가 지난해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보험사 30개 중 23개 보험사가 석탄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이는 주요 보험시장의 12.9%를 차지하는 수준이며, 재보험시장의 48.3% 규모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서신을 통해 “악사, 취리히, 알리안츠, 제네랄리 등 전 세계 주요 26개 주요 보험사들이 석탄사업에 대한 보험 인수 제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으며, 70개 이상의 보험사들이 석탄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며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2030년까지 OECD국가, 나머지 국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과 관련한 재보험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인슈어 아워 퓨처
인슈어 아워 퓨처가 지난해 발표한 주요 보험사의 기후변화 대응 점수. 자료=인슈어 아워 퓨처

하지만 국내 손보업계는 아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DB손보가 지난 2019년 국내 민간 금융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한 뒤에도 한화손보, 삼성화재 등 추가로 참여했을 뿐이다. 그나마 석탄사업 관련 보험 인수까지 중단할 것을 선언한 곳은 삼성화재뿐이다. ESG 경영을 강화하는 최근의 흐름과는 모순되는 모습이다. 

국내 금융권에서조차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평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손보업계의 변화는 너무 더디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삼척블루파워·고성그린파워·강릉에코파워 등 3개 민간석탄발전사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후솔루션 팽원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 보험회사의 손해보험금 지급규모 증가하므로 보험회사에도 재무적 위험이 커진다”며 “금융기관 중에서도 보험업이 탈석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석탄을 넘어서’는 손보사로부터 답변을 받아 오는 21일 공개할 예정이다. 손보업계가 전 세계 보험업계의 ‘탈석탄’ 흐름에 함께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