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거주 중인 작가 목수정씨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유산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접종자가 오히려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프랑스에 거주 중인 작가 목수정씨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유산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접종자가 오히려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또다시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백신 접종자가 오히려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거나, 백신을 맞은 뒤 몸에 자성이 생겼다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이 집단 면역 달성 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백신접종자 관련 가짜뉴스 과학적 근거 없어

지난 1일 프랑스에 거주 중인 작가 목수정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목씨는 이 포스트에서 “가급적 백신자들과 접촉하지 마시기 바란다. 특히 젊은이들, 백신을 맞은 사람과 키스를 하거나 성관계를 갖지 마시기 바란다. 위험하다”며 “이번 코로나 백신에는 들어가선 안 될 뭔가가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목씨는 ▲백신 접종자가 비접종자를 전염시킬 수 있고 ▲백신 접종자와 접촉한 임신부들이 유산할 위험이 있다며 최소 6개월 이상 접종자와 거리를 둘 것을 주장했다. 

물론 목씨의 주장처럼 백신 접종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또는 전파 가능성을 100%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국 보건당국 및 의료계 또한 백신 접종 후에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백신 접종이 완료된 사람에 한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로부터 섣부른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자가 비접종자보다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60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스라엘의 최대 코로나19 검사기관인 마이헤리티지랩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40~59세와 60세 이상의 두 집단에 대해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s, 체액 내 바이러스 양)를 조사했다. 1월 중순까지는 두 집단의 바이러스 부하가 비슷했지만,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1월 중순 이후부터는 접종률이 높은 60세 이상 집단의 바이러스 부하가 접종률이 낮은 40~59세 집단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백신 접종 후 백신 성분이 신체 외부로 배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CDC에 따르면 약화된 형태의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약독화 생백신’의 경우에만 ‘백신 배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현재 미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은 모두 생백신이 아닌 다른 방식을 활용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아직 미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동일하게 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활용한 얀센 백신이 승인을 받은 상태다. 즉, 현재 국내에서 접종 중인 백신에 대해 백신 배출 현상을 우려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들의 유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확산됐다. 미국 주요 팩트체크 기관은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임신부들의 유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확산됐다. 미국 주요 팩트체크 기관은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 백신 때문에 유산 늘었다? 부작용 통계 왜곡

임신부가 백신 접종 시 유산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이미 여러 팩트체크 매체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상태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익스포즈’는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유산한 여성이 14주 만에 2000%나 증가했다며,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운영하는 의약품 부작용 신고 시스템 ‘옐로카드’의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해당 기사에 대해 “‘옐로카드’에 보고된 내용이 부작용과 백신 간의 명확한 연관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리적 근거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MHRA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옐로카드에 보고된 이상반응(ADRs) 대부분은 백신이나 약물과 관련이 없으며, 우연히 동시에 발생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데일리 익스포즈의 기사는 백신 접종율이나 자연유산율과 같은 필수적인 정보조차 빠뜨렸다.

최근 미국에서도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인 ‘VAERS’에 보고된 유산 사례를 근거로 백신 접종 시 유산 위험이 커진다는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확산됐다. 하지만 VAERS 역시 부작용과 백신 간의 인과성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 불확실한 정보가 보고될 수 있다. 미국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팩트는 “코로나19 백신이 수백건의 유산을 초래했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해당 주장을 ‘가짜뉴스’로 판단했다.

물론 임신부의 백신 접종 시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 및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CDC는 “현재 임신부 COVID-19 백신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임신 중이거나 최근에 임신한 사람은 비임신부에 비해 COVID-19로 인해 중증 질환을 앓을 위험이 더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목수정 작가가 인용한 스위스의 '보건의학 전문가' 아스트리드 스튀켈베르제의 주장을 팩트체크한 AFP의 기사. 사진=AFP 홈페이지 갈무리
목수정 작가가 인용한 스위스의 '보건의학 전문가' 아스트리드 스튀켈베르제의 주장을 팩트체크한 AFP의 기사. 사진=AFP 홈페이지 갈무리

◇ '백신 무용론' 주장 뒤에 숨은 비과학적 음모론

일각에서는 목씨가 반복해서 주장하는 백신 무용론의 근거가 비과학적인 음모론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은 지난 7일 목씨가 전문가 발언을 왜곡했거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발언을 전문가의 것처럼 위장했다고 지적했다. 뉴스톱에 따르면, 목씨가 해당 포스트에서 인용한 스위스의 보건의학 전문가 아스트리드 스튀켈베르제(Astrid Stuckelberger)는 안티에이징·항노화 전문 의사로 이전부터 코로나19 백신 무용론을 펼쳐 온 인물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프랑스 매체 AFP의 팩트체크사이트 ‘팩추얼(Factual)’에서 스튀켈베르제의 주장은 조목조목 반박된 바 있다. 스튀켈베르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유행은 이미 종식됐고 ▲스위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은 없었으며 ▲변이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며 ▲PCR검사는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는데, AFP는 해당 주장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FP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스위스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격리조치 등이 시행되면서 다른 질병의 유행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스튀켈베르제는 이러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총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은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2~5월 유럽 19개국 및 호주·뉴질랜드에서는 2월~5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20만6000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했다. 스위스에서는 같은 기간 1400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적은 수치지만, 초과사망이 없다는 스튀켈베르제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PCR 검사는 유효하지 않다거나, 코로나19가 지난해 이미 종식됐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은 더 짚어보는 것이 시간 낭비에 가깝다. 

아직도 백신 접종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백신 관련 음모론으로 인해 집단 면역 달성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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