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2021 콘텐츠산업포럼 방송포럼에서 왓챠 박태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채널

[뉴스로드] 국내 OTT업계와 학계가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에 쏠려 있는 재원을 OTT에도 나눠,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2021 콘텐츠산업포럼’ 5일차 세션인 ‘방송포럼’이 16일 진행됐다. 이날 토론 주제는 ‘국내 OTT 성장 전략’이었다. 이 자리에는 OTT업계와 학계, 법조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왓챠 박태훈 대표는 자사 서비스에 대해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른데 왜 같은 것을 봐야할까 의문이 들었다”며 “개인 관심사를 분석해서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을 도입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왓챠는 가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개인화 콘텐츠 추천’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특정 장르의 콘텐츠를 즐겨 시청하면, AI가 연관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시청한 사람이 얼마나 만족할지 예측할 수 있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왓챠는 지난 1월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했고, 10년 내 글로벌 1억 명 구독자 모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국내 OTT업체들에 필요한 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프로덕션 역량 강화다. 업계 후발주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OTT인 디즈니플러스의 넷플릭스의 사업 전략이기도 하다.

디즈니플러스는 현재 자사가 보유한 IP를 토대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콘텐츠 수급이 타사 대비 수월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채널

둘째는 IP를 통한 부가수익 창출이다. 박 대표는 “디즈니는 겨울왕국 1, 2편을 개봉한 뒤, 캐릭터 의상 등 관련상품을 판매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고, 넷플릭스도 최근 커머스사업에 뛰어들었다”며 “하나의 IP를 잘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진출도 필수라고 봤다. 시장조사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3월 한국인 월간 사용자 1000만 명을 넘기면서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입한 것처럼 국내 OTT도 해외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해외 시장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은 각국 OTT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국내 OTT는 한류, 글로벌, 로컬 콘텐츠를 모두 담아 경쟁해야 한다”며 “지금 시장에서 뒤처지면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OTT에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정부의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존 콘텐츠정책은 개별 작품 제작 지원에 한정하지만, 앞으로는 OTT에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OTT와 통신사 간 ‘망사용료’ 이슈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사용료란 CP(콘텐츠제공자)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망을 사용하는 대가를 일컫는다. 현재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으로부터 망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 OTT들로부터는 미국·유럽의 7배에 달하는 비용을 수납하고 있다.

네트워크망은 한 번 설치하면 유지관리비가 적은 인프라다. 이에 사용료가 계속 낮아져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대로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연평균 39%씩 감소 중이다.

경희대 미디어학과 이상원 교수도 OTT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콘텐츠의 경우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이지만, 국내 OTT의 해외 진출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지 않다”며 “콘텐츠와 동시에 OTT를 지원하는 진흥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류 확산 지역에서 한류와 현지 콘텐츠를 융합하고, 현지 사업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투자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는 저작권 이슈 해소 등 경제외교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 노가영 모듈장은 결국은 ‘콘텐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 모듈장은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파편화된 시청자 취향을 공략해야 한다”며 “시청률이 낮은 콘텐츠도 개인에 따라서는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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