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안인석탄화력발전소 강릉범시민대책위원회
자료=안인석탄화력발전소 강릉범시민대책위원회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최근 ‘탈석탄’을 선언하고서도 석탄발전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강릉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지난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릉시민 3명 중 1명은 안인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의뢰로 지난 14~15일 강릉시민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1%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찬성(29.6%)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다. 특히 반대 의견 중 ‘적극 반대’(45%)가 ‘반대하는 편’(18.1%)보다 많아,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반발 여론이 상당히 거센 것으로 분석된다.

석탄발전소 건설에 따른 자연환경 및 시민 건강 피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피해있음’(74.3%)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피해 없음’(21.3%)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피해 있음’ 중에서는 ‘매우 심각한 피해’가 47.3%로 ‘어느 정도 피해’(27%)보다 많았으며, ‘전혀 피해 없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 '탈석탄' 바람에 석탄발전 중단 요구↑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는 총 사업비 5.6조원, 설비용량 2.08GW의 대형 민간 발전소다. 사업주체는 삼성물산과 한국남동발전, KB국민은행이 투자해 설립한 특수법인 강릉에코파워로,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고 있다. 지난 2013년 이명박 정부 당시 사업계획이 승인됐으며, 사업허가 후 5년 만인 2018년부터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에서 본공사가 시작됐다. 같은 해 준공을 시작한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와 설비용량(2.1GW)은 비슷하지만 사업비는 7000억원 많다. 

이미 5년 전 승인된 사업이지만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에서 불기 시작한 ‘탈석탄’ 바람이 제동을 걸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기준에 맞춰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신규 석탄발전소뿐만 아니라 강릉·삼척 등 이미 추진 중인 석탄발전소 공사 또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 기후과학 전문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파리협약 기준을 충족하려면 현재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현재의 두 배로 상향해야 한다. NDC를 이처럼 급격하게 올리려면, 기존 석탄발전소 건설계획에 대한 재검토는 불가피하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이러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의 부문별 목표 달성 방안에 더해 모든 부문의 변혁적 기여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2029 년까지 발전 부문의 탈석탄을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릉 안인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사진=강릉에코파워
강릉 안인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사진=강릉에코파워

◇ 삼성물산, '탈석탄' 선언에도 기존 사업은 계속 추진

삼성물산이 최근 ‘탈석탄’을 선언했으면서도, 기존 석탄발전 사업에서는 철수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환경단체 등의 비판을 사고 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투자, 시공 및 트레이딩 등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하겠다면서도, 강릉안인화력 발전소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소는 계속 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에 대한 재검토 없는 ‘탈석탄’ 선언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 다음날 논평을 내고 “기후위기가 비상사태로 치닫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석탄사업을 어떻게든 연장하며 공공의 안전보다는 눈앞의 이윤을 우선하겠다는 선택을 내렸다”며 “삼성물산의 이번 선언은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이미지 세탁용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공사 현장 근처 해안 침식 현상이 보고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강릉에코파워는 내년 10월까지 600m 길이의 생태경관보전구역을 설치하고 침식구간에 모래를 공급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 4월 시의원 현장 방문 당시 오탁방지망이 유실되거나 해안 침식이 의심되는 구역이 다수 발견되는 등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의 공정률이 70%를 넘어선 상태라 건설 중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5.6조원의 총 사업비 중 3조원 이상이 집행됐다. 관련된 협력업체 등에 미칠 파급효과나 향후 고용창출 효과를 고려하면 이제 와서 발전소 공사를 멈추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범대위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멈추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입장이다. 범대위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의해 강릉석탄화력발전소는 완공되어 가동되더라도 해마다 이용율이 급감하여 2035년 49%, 2050년 10%의 가동율이 예상된다”며 “10년 만에 절반도 가동하지 못하는 발전소에 남은 수조원을 더 집행하여 발전소를 완공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범대위가 제시한 석탄발전 이용률 수치는 지난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단법인 넥스트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국민정책참여단에 제공한 자료에서도, 국내 석탄발전 이용률은 2030년 50.6%, 2040년 22.8%, 2050년 14%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탄소중립 정책이 연달아 추진되면서 석탄발전사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되는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고성그린파워,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으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정부의 석탄발전총량제 도입 계획, 금융권의 탈석탄 흐름에 따른 자금조달 우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범대위는 “환경과 주민건강의 피해는 말할 필요도 없고 주민 생존권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강릉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추진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며 “이제라도 강릉시민의 여론에 삼성과 강릉시는 귀를 기울이고 강릉시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