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가짜뉴스를 공유한 횟수를 연령별로 비교한 자료. 자료=미국과학진흥협회(AAAS)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를 공유한 횟수를 연령별로 비교한 자료. 65세 이상이 18~29세보다 7배 많은 가짜뉴스를 공유했다. 자료=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기술 발전에 따라 미디어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지면이나 PC 웹사이트에 기반한 전통적인 언론보다는 모바일 기기에 기반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보가 확산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처럼 정보의 소스와 채널이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검증 없이 확산되는 가짜뉴스의 위험성이다. 

그렇다면 가짜뉴스에 가장 취약한 세대는 누구일까?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젊은 세대에 비해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노년층이 가장 가짜뉴스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프린스턴·뉴욕대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짜뉴스 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된 가짜뉴스는 대부분 젊은 세대보다 노년층에 의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순히 가짜뉴스를 접한 경험보다는 적극적으로 가짜뉴스를 전파한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령별로 선거 기간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횟수를 조사했는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18~29세에 비해 7배나 많은 가짜뉴스를 공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연령은 가짜뉴스에 대한 취약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나타난다. 노스이스턴·하버드대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은 나이가 많고 보수적 성향이 강할수록 가짜뉴스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버세대' 특화 전략 필요해

노인들이 가짜뉴스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소셜미디어, 메신저앱, 유튜브 등을 통해 엄청난 정보를 접하게 된 시대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취약한 노년층이 수많은 가짜뉴스를 제대로 판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년층의 모바일 기기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 소수의 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를 통해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믿게 될 위험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계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미 2018년 ‘실버세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 매뉴얼’을 발간했다.

이 매뉴얼은 ‘미디어 이용’과 ‘뉴스&정보 이용’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앞부분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주 확산되는 가짜뉴스의 유형이나 공유해서는 안되는 개인정보, 초상권, 명예훼손 등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뉴스&정보 이용’ 챕터에서는 2016년 미국 대선 사례 등을 통해 가짜뉴스의 특성과 확증편향의 문제, 저작권 등의 이슈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노년층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매뉴얼.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노년층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매뉴얼.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또한 지난 2018년 발간한 ‘생애주기별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성인, 실버세대의 다섯 가지로 유형화했다. 특히 실버세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챕터에서는 확증편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팩트체크 전문 사이트 및 기관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 또한 노년층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노인의 사회참여 활동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노년층이 디지털 기기 활용·접근에 어려움이 없도록 생활밀착형 디지털 기본역량 교육을 실시하고, 미디어 이용과 비판적 이해 능력 향상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통한 노년층 대상 팩트체크 교육도 지난해 20회에서 올해 60회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 미디어 리터러시 높으면 노년층 삶의 질 향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단지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리터러시는 노년층의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한림대·이화여대 연구팀이 지난해 55~75세 2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노년층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터넷, 메신저앱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노년층은 삶의 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적절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자기효능감)도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은퇴 이후의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는가와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고령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년층이 미디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판별하는지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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