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 제정에 반대하는 청원이 지난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10만명의 동의를 모았다. 자료=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 제정에 반대하는 청원이 지난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10만명의 동의를 모았다. 자료=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지난 1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10만명의 동의를 모은데 이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여섯 차례나 실패를 겪었던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출산율이 하락하거나, 법을 악용해 개인적 발언을 규제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평등에 관한 법률안' 반대에 관한 청원은 불과 나흘 만인 22일 10만명을 채웠다. 청원인은 “평등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성전환·제3의성 등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법적제재를 당하게 된다”며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이 금지되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과 종교의 설교를 포함하여 방송, 인터넷, SNS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혐오와 차별이라는 명목으로 금지하고, 법적제재를 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억압이 일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 담긴 “평등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은 개신교계가 매번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제기해온 것이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지난해 7월 설교 중 차별금지법이 ‘과잉역차별법’이라고 비판하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제가 주일날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누가 고소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원재 무등교회 원로목사 또한 2018년 퀴어 문화 축제 반대 기도회에서 “동성애자가 주례를 요청했을 때 거부하면 고발당해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과장된 가짜 의혹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에는 처벌 조항이 없으며 피해구제를 위한 손해배상 책임만 명시돼있다. 이 또한 법원에서 ▲차별의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피해 규모 및 악의성을 고려해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에는 처벌 조항이 있지만 이 또한 동성애를 비판하는 설교를 했다고 해서 적용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차별행위에 의한 피해를 진정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사람, 또는 이를 도운 사람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성소수자인 부하직원의 험담을 했다고 해서 바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부하직원을 따돌리거나 인사 상 불이익을 준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동성애를 비판하는 발언만으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안에 없는 내용을 지어내 억지로 비판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동성이 비판 발언을 했다가 처벌을 받았다는 사례를 인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대부분 사건의 핵심을 왜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3년 영국에서 “동성애는 죄”라는 설교를 했다가 체포된 토미 미아노 목사의 사례가 종종 거론되지만, 그가 설교한 곳은 교회가 아니라 길거리였다. 사적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혐오 발언을 했기 때문에 체포당했다는 것. 2014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동성커플의 주례를 거부한 목사 부부가 180일의 징역형과 1천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사례도 자주 인용되는 차별금지법 반대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이 교회가 아닌 교회 형태의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최종적으로는 무죄가 선고돼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이 밖에도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주장들은 대체로 근거가 불명확하다.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저출산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용수 쉐마교육연구원장은 지난 5월 ‘저출산에 대한 기독교적 대책’ 포럼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낙태법을 폐지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며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는 등 출산 장려 정책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유사한 법안이 통과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차별금지법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6년 평등법을 처음 제정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2010년 개정했는데, 출산율은 2005년 1.76명에서 2012년 1.92명으로 상승했다가 2018년 1.68명으로 하락했다. 독일은 2006년 일반균등대우법을 제정했는데, 출산율은 2005년 1.34명에서 2018년 1.57명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출산율이 하락한 경우도 있다. 1993년 인권법을 제정한 뉴질랜드는 1992년 2.12명에서 2018년 1.71명으로 출산율이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 뉴질랜드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인권법이 제정되기 전인 60~80년대로 4명에 가까웠던 출산율이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인권법 제정 이후에는 오히려 출산율이 안정화된 셈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회총연합 공동 대표인 소강석 목사는 지난 22일 ‘위장된 차별금지법 반대와 철회를 위한 한국교회기도회’에서 “지난해 8월 한교총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내용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77% 이상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입법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의 여성시설 이용과 여성스포츠 경기에 선수로 출전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이 77%로 집계됐다. 소 목사는 이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인 것처럼 왜곡한 셈이다. 

반면 “차별금지법 제정”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의견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데 응답자의 87.7%가 동의했다.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은 88.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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