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개발 중인 디지털 위안화 4종. 자료=한국은행
중국에서 개발 중인 디지털 위안화 4종. 자료=한국은행

“최근 디지털 화폐로서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에 G20에서도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은행도 CBDC에 대한 검토를 2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만약 화폐로서 기능을 가진 디지털 통화가 실물경제에 도입이 된다면 그 역할은 CBDC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및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은 화폐도, 금융자산도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CBDC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 CBDC 개발, 선두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 개발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주체가 되는 디지털 화폐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는 달리 법정통화와 연동돼 가치 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만큼 공신력이 보장된다. 

당초 각국 중앙은행은 CBDC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지급결제수단으로서 현금의 비중이 크게 감소한 데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개발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자극을 받으면서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CBDC 개발 속도가 빠른 국가는 중국이다. 실제 중국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실사용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디지털 위안화 사용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1차 테스트에서는 광둥성 선전 주민 총 5만명에게 1인당 200만 위안의 디지털 화폐를 지급했으며, 2차 테스트에서는 장쑤성 쑤저우시 주민 10만명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했다. 

이 중 2차 테스트에서는 불과 일주일간의 시험 기간 동안 전체 지급액의 95%가 소비된 데다, 온·오프라인 소비 비중이 45대 55로 고르게 분포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한국은행은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실험에 대해 “성공적으로 발행될 경우, 향후 2~3년 내에 현금화폐의 약 30~50% 정도가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발행, 유통, 순환구조.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디지털 위안화의 발행, 유통, 순환구조.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미국, 코로나19 이후 CBDC 입장 선회

중국에 비해 CBDC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온 서구권 국가들도 최근 들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가장 소극적이었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태도를 정반대로 바꿨다.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대상이 누락되거나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CBDC가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민주당이 지난해 3월 하원에 제출한 코로나19 긴급지원법안 초안에는 일정 소득 이하의 성인에게 1인당 1500달러의 디지털 구호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최종안에는 결국 해당 부분이 삭제됐지만, 이후에도 의회에서는 디지털 달러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또한 CBDC에 이전보다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연준은 통화 안정성과 금융 효율성을 개선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이를 위해 CBDC와 같은 기술 혁신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올 여름 CBDC 관련 이슈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오는 2023년까지 ‘페드나우’(FedNow)라는 지급결제 시스템을 출시한다는 계획이어서, CBDC가 해당 프로젝트와 연동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비해 CBDC 개발을 늦게 시작한 데다, 연준 내부에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어 예상보다 디지털 달러 출시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은 최근 “미국의 CBDC는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며, “CBDC 발행에 따른 잠재적 이익이 위험을 넘어선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 한국은행, 8월 중 CBDC 모의실험 시작

한국은행은 아직 공식적으로 CBDC 개발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부터 관련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CBDC를 도입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하반기 중 CBDC 모의실험에 착수해 그 기능과 활용성을 차질 없이 테스트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지난 5월부터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입찰을 진행 중이다. 오는 12일 마감되는 이번 입찰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굴지의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대형 금융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이번 실험을 ① CBDC 발행·유통·환수 등 기본 기능에 대한 기술적 검토 ②오프라인 결제, 디지털자산 구매 등의 확장기능 및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의 적용가능성 검토 등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1단계 실험은 오는 12월, 2단계 실험은 내년 6월 완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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