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 10월 폐쇄 예정

사진=트위터 갈무리
사진=트위터 갈무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가 오는 10월 20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소송과 협박을 감수하고 미지급자 신상공개를 지속해왔지만, 최근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이 역할을 맡게 되면서 배드파더스도 소임을 다하게 됐기 때문이다.

◇ 양육비 문제 215건 해결, 배드파더스 3년의 발자취

지난 2018년 7월 개설된 배드파더스는 우리 사회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며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던 구본창씨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코피노 문제에 눈을 뜨게 되면서 ‘We Love Kopino’라는 지원단체를 설립하고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연 것이 배드파더스의 시작이다. 

이후 구씨가 한국에서 코피노 양육비 소송을 지원하던 중 한국 또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국내에서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열게 됐다. 

하지만 인터넷에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은 많은 논란에 부딪혔다. 실제 구씨를 비롯해 배드파더스를 통해 나쁜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한 피해자들은 수십 건의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려야 했다. 배드파더스는 이름과 나이, 미지급된 양육비 금액뿐만 아니라, 거주지, 직장 및 경력, 사진까지 공개하기 때문에 미지급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법부는 배드파더스에 대해 ‘공익’을 목적으로 한 활동인 만큼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 지난해 1월 열린 1심에서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이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 또한 구씨 및 배드파더스 관계자들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를 통해 사익을 취한 적이 없고, 신상이 공개된 미지급자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배드파더스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그로 인해 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알리고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주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사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으려는 목적이 부수적으로 포함돼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방할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협박과 소송전을 헤쳐나가야 했지만, 법원의 인정을 받으면서 배드파더스 활동의 지속성이 보장됐고, 더 많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배드파더스에 따르면, 웹사이트 개설 이후 3년간 총 215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배드파더스에서의 신상공개를 통해 해결됐다. 신상정보를 공개하기 전 양육비 미지급자와의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까지 합하면,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비가 지급된 사례는 약 700건이 넘는다.

 

자료=여성가족부
자료=여성가족부

◇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 미지급자 형사처벌에 명단 공개까지

배드파더스 활동은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 12월 비영리단체 양육비해결총연합회를 설립하고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 등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전에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이행을 강제할 법적인 수단이 부족했다. 이전에는 법원에서 이행명령→감치명령(최대 30일) 순으로 미지급자에게 제재를 부과했는데, 미지급자가 등록된 주소지를 피해 잠적하면 그만이었다. 경찰의 행정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치명령의 효력(3개월)이 유지되는 동안 잠적한 미지급자를 찾아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처벌 수위를 한층 높여, 감치명령을 받은 미지급자가 1년 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했다. 또한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 공개 등의 조치가 시행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13일부터 적용된다.

◇ 10월 20일 활동 종료, 양육비 문제 여전히 산적해

배드파더스가 3년간 계속해온 미지급자의 신상공개를 여성가족부가 맡게 되면서, 배드파더스도 활동종료를 선언하게 됐다. 하지만 양육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아직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률은 2015년 21.2%에서 2020년 36.1%로 증가했다. 배드파더스를 비롯한 민간의 노력과 정부의 의지가 만들어낸 변화지만, 10명 중 6명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만족하기는 이르다. 게다가 직원은 60여명, 법률전문가는 10명도 되지 않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매년 수천건의 양육비 미지급 사례를 처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양육비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정안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사진까지 공개하는 배드파더스와 달리 여가부는 명단만 공개할 수 있어 미지급자가 느끼는 압박이 덜하다. 처벌이 강화됐지만 감치명령이 나와야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과 동일하다. 미지급자가 위장전입 등으로 주소를 바꿔 소장이 전달되지 않으면 감치 소송이 지연될 수밖에 없어 이행률이 높아지기 어렵다. 

배드파더스를 시작한 구씨도 소송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합헌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중단됐던 2심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문제로 소송 중인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달 열린 2심에서는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초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던 검찰이 1심 무죄 이후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의 문을 닫는 것이 내 목표”라는 구씨의 말처럼, 3년의 시간을 싸우며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왔던 배드파더스는 이제 3개월 뒤 문을 닫는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채 남아있는 만큼, 계속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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