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보도된 여성가족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6~9일 보도된 여성가족부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여성가족부의 존폐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야권 대선주자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언론도 해당 이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54개 매체서 나흘간 '여가부 폐지' 다룬 기사 총 400건

빅카인즈를 통해 ‘여성가족부’ 또는 ‘여가부’를 검색한 결과, 지난 6~9일 국내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기사는 총 400건으로 집계됐다. 야권에서 처음 여가부 폐지론을 꺼낸 6일 76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7~8일 이틀간 각각 132건, 112건의 기사가 보도되 언론의 관심이 증폭됐다. 

여가부 관련 기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연관키워드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유 전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가장 먼저 꺼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던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의 어느 여가부 장관은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말함으로써 인권에 대한 기본도 안되어 있고, 여가부 장관이 여성의 권익보호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갈무리

유 전 의원 외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여가부 폐지론에 동조한 여권 인사들이 연관키워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여성가족부는 사실 거의 무임소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부서를 가지고 그냥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해버렸는데, 그렇게 해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저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또한 6일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요즘것들 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달리 문재인 정부 들어 남녀평등이나 화합보다 젠더갈등을 부추겨왔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 해소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도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이들에 대해서는 언론의 조명이 덜 비춰졌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의 부분적 업무조정은 필요하지만, 부처의 본질적 기능은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며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혹시라도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윤희숙·조수진 등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도 여가부 폐지론에 반대 의견을 밝혔으나, 이들의 이름은 여가부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언론이 여가부 존치론보다는 폐지론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야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다수 일간지, 정치권 논의 전달하는데 치중

국내 일간지 대부분은 여가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 특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정치권 내의 논의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다만 일부 매체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한겨레는 8일 “해묵은 ‘여가부 폐지’ 깃발… 누가, 왜 흔드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가부 폐지론은 정권 교체기 전후 때마다 등장할 정도로 해묵은 논란”이라며 “하지만 적은 예산과 권한 속에서도 여가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은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기여해왔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번 논란은 대선을 의식하고 이른바 역차별을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선동’에 가깝다”는 여성계의 우려를 전하며, 대안으로 제시되는 양성평등위원회 등이 여가부를 대체하기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또한 8일 사설에서 야권이 제기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이준석 대표 당선이 여성 혐오를 이용한 2030 남자의 지지 덕분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퇴행은 예상됐지만 표를 위해 성평등 가치를 저버리는 정치 행태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업무를 다른 부처에 귀속시키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예산 없이는 업무와 동력이 사라질 게 뻔하다”며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 외에도 돌봄, 위기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의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을 숙고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하 의원은 근거 없이 여가부를 갈등의 원인으로 몰았고, 유 전 의원은 성별 예산 싸움 구도를 조성해 갈등을 키울 소지가 크다”며 “성차별이 문제가 아니라 여가부가 문제라는 야당 대선 주자의 인식은 낯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중앙일보는 9일 “폐지론 제기된 여성가족부, 존재의 이유 성찰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여가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폐지론까지 제기된 것은 여가부가 그동안 박원순·오거돈 등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터졌을 때 정치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여성 권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때문”이라며 “여가부 공직자들은 부처 폐지론이 또다시 제기된 배경을 돌아보고 문제점을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지난 20년간 여가부가 적잖은 일을 했다지만, 한편으론 여성 우대 정책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소외당하는 20대 남성의 권익을 위해서도 사회 변화에 걸맞게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며 “우리 여가부도 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날 때 국민 모두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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