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 '기후공약' 실종
여야 대선주자들 '기후공약' 실종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7.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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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열린 '아이 엠 그레타' 시사회에서 집회를 열고 정치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사진=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열린 '아이 엠 그레타' 시사회에서 집회를 열고 정치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사진=청소년기후행동

내년 3월 열리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이 각종 정책 및 비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기본소득, 후보자의 과거 전력 등의 쟁점을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기후변화는 대선 의제에서 소외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녹색연합이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후보 8명(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선언문 및 주요 공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 해결을 중요한 정치적 목표로 내세운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출마선언문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후보는 박용진 의원 뿐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백년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기후위기와 저출생의 위기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한 정치적 과제로 강조했다기보다는 출마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정도였다. 

그 밖에는 ‘에너지 대전환’을 언급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그린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출마선언문에서 환경분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역시 중요한 정치적 과제로 다뤄진 것은 아니었다. 

이 지사는 에너지대전환, 녹색산업혁신, 디지털대전환 등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기후위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 대표의 그린산업 육성 공약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여권 후보들은 모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나마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헌법을 개정하고 기후변화 대응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지만 11일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 또한 기후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출마선언문의 내용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으며,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카이스트에서 열린 탈원전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주최 측이 배포한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탄소중립’의 오타인 ‘탄소중심’이 마스크에 적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기후위기’ 주요 의제로 떠오른 2020년 美 대선

이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열띤 경쟁을 펼쳤던 것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카말라 해리스, 피트 부티지지, 마이크 블룸버그 등의 후보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주요 의제로 다루며 각종 공약을 통해 표심을 잡고자 애썼다. 

특히,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블룸버그 후보의 경우 총기 규제, 의료보험 확대 등의 진보적 의제와 함께 기후변화를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미 뉴욕시장 재임시절부터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펼쳤던 블룸버그는 경선 공약으로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경제 달성, 10년내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등을 내세웠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한술 더 떠 블룸버그보다 20년 앞당긴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100% 전환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비탄소경제를 실현하겠다며 16.3조 달러의 공공투자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피트 부티지지 후보 또한 기후변화가 인권, 민주주의와 함께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해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2035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바이든 플랜’을 발표하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 “기후정치가 필요하다” 대선 주자들의 답변은?

기후위기가 중요 의제로 논의된 미국 대선과 달리 대선주자들간의 토론에서 배제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녹색연합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의제는 정치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기후위기 극복을 주요한 정치적 과제와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사실상 없다”며 “2021년에도 여전히 정치권의 ‘기후침묵’ ‘기후방관’이 계속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할 어린 세대들은 이미 환경문제에 무관심한 대선주자들을 향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달부터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하고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개봉한 스웨단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에 대한 영화 ‘아이 앰 그레타’ 국내 개봉에 발맞춰 “그레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인”이라며 “기특하다는 칭찬보다 우리의 외침에 응답하는 기후정치를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오는 20일부터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될 예정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기후정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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