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올림픽 중계 논란, 언론은 어떻게 다뤘나
MBC 올림픽 중계 논란, 언론은 어떻게 다뤘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7.28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국내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MBC'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국내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MBC'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MBC가 도쿄올림픽 중계 도중 불거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성제 MBC 사장까지 나서서 머리를 숙였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까지 MBC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는 도중,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 사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아이티 선수단 입장 시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와 함께 폭동 사진을 내보냈고,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추가했다. 자국 통화가 없는 엘살바도르는 해외 송금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다.

타국의 역사적 상처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배려하지 않는 MBC의 방송행태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강력한 비판여론이 일어났지만, MBC의 올림픽 중계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BC는 23일 개회식 중계방송 마지막에 해당 문제에 대해 짧게 사과했으나, 25일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상대팀인 루마니아의 라즈반 마린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또다시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박성제 사장이 26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같은 날 또다시 논란이 발생했다.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 선수가 이날 동메달을 획득하자 캐스터가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한 것. 대국민 사과가 무색하게 반복해서 중계 논란이 발생하자 비판 여론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언론의 'MBC' 보도, KBS·SBS 대비 3~4배 많아...

빅카인즈에서 ‘MBC’를 검색한 결과, 지난 23일~28일 국내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기사는 총 928건으로 이 가운데 ‘올림픽’과 관련된 기사는 387건이었다. KBS와 SBS의 올림픽 관련 기사가 각각 92건, 136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실제 KBS, SBS 관련 기사가 대부분 시청률이나 경기 결과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반면, MBC 관련 기사는 대부분 올림픽 중계 도중 빚어진 논란에 대한 것이었다.

‘MBC’와 ‘올림픽’을 검색해 나온 387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가장 자주 등장한 핵심 연관키워드는 ‘박성제 MBC 사장’이었다. 박 사장은 26일 대국민 사과에서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다시 안창림 선수의 동메달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으며 박 사장의 대국민 사과도 빛이 바랬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올림픽 중계 논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올림픽 중계 논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 해외 언론, "MBC 중계, 다른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 드러내"

국내 언론은 MBC의 올림픽 중계와 관련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일보는 27일 사설에서 “스포츠를 통해 국제평화를 증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비춰보면 국력에 관계없이 모든 참가국에 대한 존중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혹시라도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지면서 약소국에 우월의식이 작동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시청률을 위해 극단적인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면서 기본 검증조차 소홀히 하는 방송 풍토가 ‘참사’로 이어진 건 아닌지도 돌아볼 일”이라며 “엄정한 사실 조사와 책임자 엄중 문책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또한 26일 사설에서 “자칭 ‘공영방송’이 세계 각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루마니아 소개 화면에 드라큘라 사진을 올리는 수준의 내용을 내보낸 것은 다른 나라에 대한 결례이자 나라 망신”이라며 “제작진의 지적 수준도 문제지만 이런 황당한 내용을 걸러내지 못한 내부 제작 시스템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MBC의 올림픽 중계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CNN은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는 피자, 루마니아는 드라큘라. 한국 방송사가 용서할 수 없는 올림픽 (중계)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CNN은 “TV용으로 제작된 화면은 시청자들이 친숙하지 않은 국가와 운동선수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하지만 한국의 한 방송사는 공격적인 고정관념을 활용해 다른 국가들을 묘사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26일 “한국의 한 방송사가 금요일 개회식에서 여러 국가의 이름 옆에 부적절한 이미지를 첨부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며 “해당 이미지들은 공격적이며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다”고 보도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일본 내에서도 MBC의 중계 논란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 “한국 공영TV, 우크라이나 선수단에 체르노빌 사진... 올림픽 보도에 비판 분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한국의 공영 텔레비전 MBC가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국가 소개를 위해 1986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진을 사용해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칸스포츠 또한 24일 “마샬 군도는 ‘한때 미국의 핵 실험장’이라고 소개하고, 시리아는 ‘10년간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 등 배려가 결여된 내용이 방송됐다”며 “한국의 시청자들도 ‘방송사고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중계 마지막에는 캐스터가 사과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