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좋은 인터넷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아이들이 인터넷을 보다 건전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악용한 아동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어린이 인터넷 환경 보호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입 연령 제한이 있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많은 초등학생들이 나이를 속여 자유롭게 가입해 있다”며 “사기꾼과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페이스북을 통해 초등학생에게 친구 신청을 한다. 초등학생들은 범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 “페이스북뿐 아니라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아이들의 인터넷 환경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어린이 인터넷 환경 보호법’을 만들면 아이들에게 더욱 안전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이 주장하는 ‘어린이 인터넷 환경 보호법’은 성범죄자·성매매자·사기꾼이 아동과 대화할 수 있는 SNS 및 랜덤채팅 등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혹은 가입하더라도 아동 계정에 대한 채팅 및 댓글 기능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정부 및 이동통신사와 SNS 플랫폼이 협력해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SNS 플랫폼이 성매매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2주 내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청원인은 ▲SNS 플랫폼의 아동 보호 및 본인인증 절차 강화 ▲사이범 범죄 예방 및 모니터링 인력 확충 ▲해외 SNS 플랫폼에 대해 국내와 동일한 규제 적용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9일 오후 4시 현재 해당 청원에는 1794명이 참여한 상태다.

 

자료=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 중 모바일 앱, 메신저, SNS를 통해 일어난 범죄 비중.(단위: %) 자료=여성가족부

◇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 90%는 SNS 통해 발생

청원인은 지난 27일 같은 내용의 청원을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도 올린 상태다. 청원인이 이처럼 SNS를 통한 아동 성범죄 방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실제 주변에서 이 같은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청원인은 28일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지인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6학년 여학생이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그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이러한 청원을 추진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이를 청원인의 개인적 경험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의 상당수는 SNS를 통해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의 91.4%가 메신저·SNS·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46.1%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비중이 두 배나 증가한 것. 반면, 인터넷 커뮤니티(1.4%)나 오프라인(숙박업소 0.3%) 등을 통한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는 10건 중 1건도 되지 않았다. 

성매매 알선 범죄 또한 메신저·SNS·스마트폰 앱 비중이 2014년 36.4%에서 2018년 89.5%로 급증했다. 유흥업소나 음란 사이트 등 특정하기 쉬운 채널이 아니라 개인 간의 사적 연결에 기반한 SNS를 중심으로 범행이 일어날 경우, 경찰이 이를 사전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청원인이 입법을 통해 SNS 플랫폼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의무를 부과하려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SNS 플랫폼이 사전에 성범죄자의 가입 및 아동 계정에 대한 접근 시도를 차단하고, 성착취물 유통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아동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범죄자의 SNS 가입 제한, 기본권 침해 논란도

물론 이러한 입법 노력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SNS 플랫폼은 아동 성범죄자의 계정을 영구차단하거나 재가입을 금지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실제 미성년자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2년6개월간 복역한 그룹 ‘룰라’ 출신의 가수 고영욱씨는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 “세상과 소통하며 살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계정이 폐쇄됐다. 인스타그램은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계정 생성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몰래 계정을 생성하더라도 다른 사용자가 이를 신고하면 확인 후 계정을 폐쇄한다. 

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헌법상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7년 성범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법에 대해 8대 0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판결문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용자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권리를 합법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라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청원인 또한 국민청원을 올리기 전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거쳤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청원인은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성범죄자의 SNS 가입을 완전히 제한하기는 어렵더라도, 아이들에 대한 접근이나 대화 시도를 차단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며 “SNS 플랫폼도 자체적인 지침을 가지고 있지만,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아이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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