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업계, 학계 인사들이 29일 열린 디지털 치료제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 사진=네이버TV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채널

[뉴스로드] 일반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인허가를 거친 디지털 치료제가 없지만, 임상시험 결과 효능이 입증된 사례는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란 일반 약물을 대체하거나 보조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바일앱, 게임, 웹솔루션, 가상현실 등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의학적 효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능성게임이나 앱보다 한 발 나아간 개념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29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공공기관, 업계, 학계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디지털 치료제, 뛰어난 접근성 장점

중앙대학교 병원 한덕현 교수 / 사진=네이버TV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채널

이 자리에서 중앙대학교 병원 한덕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 치료 및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며 “강박증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를 권했을 때, 병원은 2~3주에 한 번 내원하지만 앱은 매일 수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는 2조6000억 원 수준이다. 연평균 19.9% 성장해 2026년에는 11조8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전통적 치료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를 메우고 있다. 다만 관련법상 ‘의료기기’ 범주에 속해, 처방을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가 필수다. 인허가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임상시험이나 보조 용도로 제한된다.

한 교수는 국내외 디지털 치료제 사례도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는 2017년 등장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게임 ‘포켓몬고’가 있다. 한 교수는 “포켓몬고를 이용했을 때 걸음걸이가 26%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ADHD(주의력결핍 과잉운동장애)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이보(EVO)’, 여성 유방암 환자 관리를 위한 ‘아이 러브 브레스트’ 등도 소개했다.

디지털 치료제 이보(EVO). / 사진=네이버TV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채널

◇업계, ‘디지털치료제에 의료기기 잣대’ 어려움 토로

다윈테크 박대원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기기 테두리 안에서 규제를 받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에 맞는 기준을 세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와 전남대학교 병원 김주완 교수 등은 디지털 치료제가 현장에 도입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절차도 지적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개발에 약 1년, 임상시험과 효과를 입증할 연구 결과 발표까지 1~2년이 더 걸린다.

특히 임상시험 과정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신산업인 탓에 영세한 기업들이 많지만, 100~200명에 달하는 임상 참가자 모집이 시간적, 비용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연구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개발 뒤 후속 승인을 지원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또 앱 개발 시 환자 개인정보 활용이 어렵고, 완성됐더라도 의료보험에 등재되지 않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등 진입장벽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치료제 연구가 활발한 광주시에 소재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탁용석 원장은 “디지털뉴딜 정책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지원하고 있어 규제에도 발빠르게 대응할 것”이라며 “개발사와 의료진이 앱 개발 착수시부터 협업해 효과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도록 바로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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