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연기금, 한국정부에 탈석탄 촉구 "인류에 毒"
네덜란드 연기금, 한국정부에 탈석탄 촉구 "인류에 毒"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8.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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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가 4일 한국 정부에 석탄발전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사진은 APG 홈페이지 중 '책임투자' 관련 페이지. 사진=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홈페이지 갈무리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가 4일 한국 정부에 석탄발전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사진은 APG 홈페이지의 '책임투자' 관련 내용 중 일부. 사진=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홈페이지 갈무리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기후·인권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철회 추세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계의 큰손인 해외 연기금들은 명확한 ESG 투자기준을 세우고, 이에 어긋나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는 모양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는 지난 4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 공동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민간위원장에게 박유경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 명의로 서한을 보내 한국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APG는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 중 하나로 약 6680억 달러(한화 76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박 이사는 서한에서 “투자자로서 평가할 때, 지난 2 년 동안 한국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변화를 보인 국가 중 하나”라면서도 “이 모든 노력에 역행하는 중대한 걸림돌과 같은 사업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이는 현재 한국에서 건설 중인 민자 석탄화력발전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삼척, 강릉, 고성, 서천 등에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박 이사는 “(한국은) 실질적인 G7 에 해당하는 생산력을 자랑하는 국가지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결코 쉽지 않은 에너지 및 산업구조를 가진 경제”라며 “2021년에 석탄화력 발전소가 아직도 신규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차마 믿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어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경제에, 나아가 인류의 미래에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 한국계 글로벌 기업에 대규모 투자하고 있는 APG 와 같은 기관에게 이는 큰 리스크 요인”이라며 “민자발전사업자들이 현재 진행 중인 석탄발전 사업은 이미 현금창출가능성이 없는 좌초 자산으로서 신속한 중단이 사업자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자료=대신경제연구소
APG의 투자배제 기준. 자료=대신경제연구소

◇ 네덜란드 APG의 남다른 투자기준, 석탄·무기·담배 관련 기업은 투자배제

이번 서한에서 APG가 대형 투자기관에게 석탄발전사업은 리스크 요인일 뿐이라고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연달아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신규 사업에 대한 참여 및 투자를 중단한다는 것일 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석탄발전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힌 기업은 찾아보기 드물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현재 진행 중인 석탄발전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추진할 경우, 자칫 글로벌 금융계의 큰손에게 외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APG는 지속가능성이 중점을 둔 독특한 투자기준에 따라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지속가능개발지수 자산 소유자 플랫폼(SDI Asset Owner Platform)을 개발했는데, APG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하는 투자대상을 선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빈곤 퇴치, 불평등 완화, 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성을 증대시키는데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기준에 어긋나는 기업은 APG의 투자배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지난 1월 발간한 ‘해외 주요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의 책임투자와 투자제한 동향으로부터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APG는 ▲담배, 집속탄, 대인지뢰, 생화학 및 핵무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 ▲UN 글로벌 콤팩트 협약을 위반한 기업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무기수출 금수조치에 해당하는 국가의 국채의 경우 투자에서 즉각 배제하고 있다. 물론 석탄화력발전소 또한 투자배제 기준에 포함된다. 

이런 기준에 따라 APG가 투자배제를 권고한 기업은 지난해 6월 기준 총 160개다. 이 명단에는 KT&G(담배생산), 한화(집속탄 생산), S&T홀딩스(대인지뢰 생산) 등 8곳의 국내 기업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APG는 올해 들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올리고 있다. 당장 지난 2월 석탄발전소 투자 철회를 요청했으나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유 중이던 한국전력 지분 약 7%를 전량 매각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APG가 포스코에게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알려졌다.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철강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온 수익이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PG의 국내 기업 투자배제 현황(2020년 6월 1일 기준). 자료=대신경제연구소
APG의 국내 기업 투자배제 현황(2020년 6월 1일 기준). 자료=대신경제연구소

◇ 국민연금도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 투자제한 전략 도입

문제는 APG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연기금들 또한 비슷한 투자배제 기준을 만들어 투자대상을 선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탄’을 투자배제 기준으로 삼는 투자기관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신경제연구소가 조사한 해외 연기금 13개, 자산운용사 45개 중 총 24개 기관이 석탄을 투자 배제 기준으로 채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회의를 열고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하반기 중 연구용역을 실시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국민연금까지 석탄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할 경우 여전히 석탄발전사업에 참여 중인 국내 기업 일부는 자금운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글로벌 투자자(APG)의 탄중위를 향한 우려 표명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이 글로벌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위험 신호”라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향후 전 국민이 짊어지게 되는 막대한 부담으로 확대될 수 있으니 빠른 탈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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