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개인 의견이 국민적 어젠다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네티즌 커뮤니티의 결실이다. 다만 국민청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해, 공론화되지 못한 안건은 공중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 화제성이 부족한 의견에도 힘을 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3월 개설한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이다. 이곳에 게재되는 의견은 반응이 저조하더라도 당국이 모니터링하며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뉴스로드>는 우리 사회의 공공선 확장 차원에서 관련 사안을 발굴해 보도한다.

표=뉴스로드 김윤진 기자

국민생각함에서 커피박(원두 찌꺼기) 재활용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오는 29일까지 진행한다. 서울시 서초구는 매년 폐기물 처리되는 커피박 배출이 증가하고 있어, 친환경적 재활용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이번 의제를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전국에서 버려지는 커피박은 연간 약 15만 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시에서만 5만 톤이 나온다.

이렇게 배출되는 커피박은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메테인은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수준이 이산화탄소보다 34배 높다는 것이다.

커피가 대중적인 음료인 만큼, 커피박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일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농업이나 바이오원료로 활용 방안이 떠오르지만, 현재 재활용되는 커피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 용산구·성동구·동작구와 인천시 등 지자체는 커피박 재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 사례는 커피박 재활용의 모범으로 꼽힌다. 인천시는 한국생산성본부·환경재단·현대제철과 구내 커피숍 166곳과의 협약을 통해 월간 커피박 11톤을 연필·화분·도로포장재·퇴비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의 참여만으로는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지자체와 커피숍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커피박 재활용 비용이 걸림돌이다.

서울시 서초구는 “현재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만 자체적으로 재활용 중이고 대부분 생활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며 “커피박을 무상으로 수거해 퇴비나 친환경 제품으로 가공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11일 기준 전국 남녀노소 네티즌 173명이 참여 중이다. 이 가운데 98.3%는 서초구 예산을 투입해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비수도권에서 버섯농장을 꾸리고 있다는 네티즌 A씨는 “일화용 커피 용기에 버섯종균과 커피박 등을 담아 재배키트로 만들어 판매하면, 커피박과 플라스틱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B씨는 “가정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이들도 있으니, 커피박을 버리기 전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커피박을 배출하는 커피숍들이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C씨는 “이윤은 커피숍에서 내고, 커피박 문제는 왜 정부에서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커피숍과 협업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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