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 장면. 사진=도쿄올림픽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8일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 장면. 사진=도쿄올림픽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23일 시작한 도쿄올림픽이 수많은 드라마와 진한 감동을 남긴 채 이달 8일 막을 내렸다.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됐지만, 정작 올림픽 소식을 전달하는 미디어는 여전히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며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노력 보다 성과? 메달 색깔 강조하는 매체들

올림픽 보도에서 매번 반복해서 지적받는 문제는 메달 색깔에 집착하는 언론의 과도한 성과주의다.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최선과 그동안 흘린 땀에 주목하기 보다는, 금메달이 아니어서, 또는 메달을 따지 못해서 부끄럽다는 식의 보도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실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하자, 이를 전하는 언론의 기사 제목에는 ‘노골드’, ‘수모’ 등의 표현이 여지없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뉴스1은 지난달 24일 날 “믿었던 태권도, 첫날 ‘노골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유력한 금메달 종목으로 꼽힌 태권도는 ‘노골드’ 수모를 겪으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겼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또한 이날 “태권도 첫날 한국 ‘노골드’ 수모… 장준, 그래도 동메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를 읽어보면 “첫 날부터 금맥을 뚫겠다는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장준(21·한국체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며 선수를 응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노골드 수모’라는 제목과 ‘값진 동메달’이라는 표현이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것을 ‘수모’라고 표현한 언론을 비판하는 기사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28일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이 오늘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영국이 축구 종가로서 수모를 당했다고 하진 않는다”며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노골드’ 수모를 당한 것이 아니라 역경을 딛고 스포츠 정신을 빛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또한 “태권도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그만큼 다른 나라 태권도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올림픽 약소국’들이 태권도 종목에서만큼은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요정', '공주'... 성별 부각한 보도 행태 여전

여성 대표선수들에 대한 보도에서는 경기력이나 준비과정 등에 대한 관심보다 외모에 집중하는 행태가 눈에 띤다. 신유빈, 여서정 등 어린 나이에도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여성 선수들의 경우 여전히 ‘탁구요정’, ‘도마공주’ 등 실력보다 성별을 부각시키는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경우에도 침착한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얼음공주’라는 표현이 주로 활용됐다. 남자선수의 경우 성별을 강조한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24일 “모델인 줄 아셨죠? 세계 유도 넘버2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모로 이슈가 된 대표선수들을 다뤘다. 우크라이나 유도 국가대표 다리아 빌로디드에 대해서는 “키 172cm에 몸무게 48kg, 긴 금발 머리와 수려한 몸매” 등 신체적 특징을 언급했고, 독일 육상 국가대표 선수 알리사 슈미트에 대해서는 “영국 매체 ‘더선’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운동선수’란 주제로 진행한 투표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고 소개했다. 

“‘장백지 닮았다’ 중 수구여신, 원판 사진 공개에 발칵 뒤집혔다”(중앙일보), “‘여신 미모’ 자랑하던 中 수구선수… 보정 없애자 ‘화들짝’”(한국경제) 등 외국 선수의 외모 논란과 관련된 가십성 기사도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보도됐다. 

반면 언론의 성차별적 보도를 지적하는 기사도 있다. 경향신문은 27일 “압도적 실력을 보여준 대표팀 선수들에게 중계진은 태극낭자, 얼음공주, 여전사라는 수식어로 열띤 ‘찬사’를 전했다”며 “태극도령 등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을 차별적으로 대상화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또한 28일 “일부 언론이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여성 국가대표 선수를 소개하는 보도에서 ‘낭자’ 등의 부적절한 명칭을 붙이거나 ‘여신’, ‘미녀’ 등 외모를 부각하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현재 성차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구태스러운 보도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 같은 표현의 무분별한 사용이 성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 개선 없는 겹치기 중계, 시청자 볼 권리 외면

방송사의 경우 여전한 겹치기 중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야구, 축구 등의 인기종목은 설령 메달이 걸린 경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공중파 3사가 모두 중계에 나서 시청자들의 볼 권리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적인 응원을 받았던 여자배구의 경우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에 야구 조별리그, 축구 8강전이 열려 중계편성에서 배제됐다. MBC, SBS 등은 축구 후반전이 끝난 뒤 여자배구 중계를 급히 편성했으나, 이미 5세트가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다.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 집중된 편성 때문에 다양한 국가와 종목의 경기를 시청할 기회도 크게 제한됐다. 특히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육상 100m 결승은 슈퍼스타인 우사인 볼트나 한국선수가 출전하지 않았음을 고려해도 단 한 곳의 방송사에서도 경기를 중계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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