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가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재수감된지 207일만인 오는 13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될 예정이다.

◇ '이재용' 기사 관련 키워드는 '이재명'·'문재인'

가석방심사위 이전부터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가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만큼,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에도 언론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빅카인즈에서 가석방심사위가 열린 9일부터 12일까지 ‘이재용’을 검색한 결과, 54개 매체에서 100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별로 보면 가석방이 결정된 9일 가장 많은 359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다음날인 10일에도 324건의 기사가 나왔다. 사흘이 지난 12일에는 71건으로 관련 기사량이 많이 감소한 상황이다.

‘이재용’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에는 ‘가석방’,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삼성전자’, ‘국정농단 사건’ 등 이번 가석방 결정과 관련된 용어가 상위권에 올랐다. 이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 ‘문재인 정부’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띤다.

‘이재명 후보’가 ‘이재용’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로 꼽힌 것은 여당 유력 대선주자로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경쟁 후보들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는 이재용 가석방에 찬성하는가”라는 글을 올리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은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신을 배신하는 일”이라며 이 지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박용진 의원 또한 9일 “이재명 지사는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국정농단 사범인 이재용 부회장을 절대 사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다른 후보들을 압박했다”며 “이 지사에게 왜 태도가 바뀌었는지 물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10일 기본금융 정책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가석방도 대상이 되면 굳이 배제하는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며 “심사 기준이 있고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있을 테니 그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연관키워드 목록에 오른 것은 이번 가석방 결정에 대한 비판이 정부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1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과를 승인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이다. 재벌의 가석방 승인을 놓고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박범계 장관에게 책임을 미루고 박 장관은 심사위원회에 책임을 미루는 상황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하급자에게 책임 떠넘기기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또한 9일 논평을 내고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절차와 원칙 그 어떤 것에도 맞지 않는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임을 지적해온 참여연대는 이번 결정의 몸통인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법무부장관과 가석방심사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이재용 가석방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재용, 반도체 살리기 집중해야" vs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지켜보는 언론의 시각은 양갈래로 나뉜다. 경제지 및 보수성향 매체들은 법무부 결정을 환영하며 이 부회장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앙일보는 10일 “이재용 ‘반도체 코리아’ 위기 탈출에 전력 투구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을 비운 사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30년 만에 한 번 있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반도체 산업의 판이 바뀌면서 삼성전자는 쫓기는 처지가 됐다”며 “이제 이 부회장은 위기에 직면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리더십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석방을 넘어 사면을 조속히 결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의 수감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0일 사설에서 “애초 이 부회장 사건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종속변수였다. 처음 수사했던 검찰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보았지만 박영수 특검이 뇌물 사건으로 바꾸었고 결국 강요를 당했다는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범죄자가 됐다”며 “이 과정에서 문 정권은 고비마다 재판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총수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사이 삼성전자의 경영은 복합 위기에 처했다... 미래 투자와 인수합병(M&A)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섰다”며 “뒤늦게나마 경영에 복귀하게 된 이 부회장으로선 무거운 책무를 짊어지게 됐다. 초스피드로 펼쳐지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진보성향 매체들은 이번 가석방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10일 사설에서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 사안’이라며 이번 결정과 선을 긋는 청와대의 태도를 두고도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또한 9일 사설에서 “박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 총수에게 특혜를 줬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 부회장은 현재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등 또 다른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분”이라며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 대신 가석방을 택한 것이라면,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흔들었다는 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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