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욕. 자료=경기도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위치. 자료=경기도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장되면서 투기수요는 어느 정도 억제됐지만,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KB경영연구소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주요 내용과 영향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에서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투기수요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집값은 꾸준히 상승해 가격안정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토지거래허가제, 투기 수요 정부가 직접 차단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및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1978년 도입된 제도다. 특히 신규 택지 개발 시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가 반드시 뒤따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필수적인 조치로 자리 잡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주택 등을 거래하려면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를 받더라도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된다. 또한 취득 후 2~5년간 허가된 목적대로 토지 및 주택을 이용해야 하는데, 특히 주거용지의 경우 취득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는 신규 택지 개발 등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가 예상되는 지역에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필수적 조치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자 최근 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가 직접 부동산 거래를 규제해 선제적으로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제도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KB경영연구소
자료=KB경영연구소

◇ 서울·경기, 지난해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추세

실제 최근 들어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체 면적의 8.31%인 약 50㎢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5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일대가 허가구역으로 지정된데 이어,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4개동이 추가로 지정됐다.

올해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24곳이 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됐으며, 4월에는 새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지구를 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현재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2019말 대비 1.7배 가량 증가한 상태다. 

경기도는 훨씬 더 광범위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주택공급 확대지역 외에도 GTX 및 산업단지 개발 지구 등 대규모 개발지역도 허가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외국인·법인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23개 시·군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경기도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비중은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57.2%(5,837㎢)에 해당한다.

◇ 서울·경기, 거래량 감소로 투기 수요 억제 효과

그렇다면 단기간 시행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는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무엇보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눈에 띤다. 특히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간 외국인·법인의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법인은 지정 정 1만376건에서 지정 후 1543건으로, 외국인은 2550건에서 1565건으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정 전 1만2926건에서 지정 후 3108건으로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들어 거래량이 절반 가량(대치동 △65%, 청담동 △50%, 삼성동 △42%) 줄어들었다. 삼성동의 경우 허가구역 지정 직전인 6월 들어 아파트 거래량이 125건으로 전월 대비 6배 이상 늘어났다가, 지정 후인 7월 들어 16건으로 다시 급감했다. 

 

자료=KB경영연구소
자료=KB경영연구소

◇ 거래량 줄어도 오르는 집값, 왜?

거래량의 급격한 감소는 해당 지역에 대한 투기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 수요가 차단됐다고 해서 집값도 함께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실수요자가 많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인근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구의 경우 토지거래구역으로 지정된 4개동 외에는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신축단지가 늘어난 개포동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들어 상반기보다 거래량이 35%나 증가했고, 압구정동 또한 재건축 조합 설립이 추진되면서 거래량이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인근 지역에서 거래량과 집값이 함께 상승하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대치동에서도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기도 또한 마찬가지다. 광범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서울에 비해 규제가 적고 가격도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폭은 확대된 것이다.

◇ 투기수요 억제 ‘확실’,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

KB경영연구소는 “그동안 규제 지역을 관리하는 용도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구를 사용했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과열 지역 대부분이 대상에 포함되면서 추가로 규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거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수요를 규제할 수 있으며, 지난해부터 이미 많은 지역에서 시행하여 투기 수요 차단에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투기 수요 억제용으로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지만 가격안정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적용되면서 최근에는 실거주자가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며 “허가구역 내에서도 실제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실수요자가 매수를 주도하면서 주택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어 “투기수요 차단으로 주택시장 과열 양상은 진정될 수 있으나, 전반적인 가격 상승 국면에서 실거주자의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 가격 안정화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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