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상원의회가 앱마켓들에 대한 결제시스템 개방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관련법 입법 추진에도 명분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에미비 클로버샤, 공화당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지난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의 인앱결제(자사 결제 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11일(현지 시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앱마켓의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 강제 금지 ▲입점사가 다른 앱마켓에도 앱을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 ▲앱마켓이 자사 서비스 보완을 위해 입점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 금지 등 조항이 담겼다. 규제 대상은 미국 이용자가 5000만 명 이상인 앱마켓들이다.

미국 의회가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앞서 워싱턴D.C. 및 36개 주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규제 움직임은 앱마켓들과 에픽게임즈간 분쟁에서 시작됐다. 에픽게임즈는 북미·유럽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게임 엔진 언리얼엔진을 개발한 업체다.

슈팅게임 포트나이트. / 사진=에픽게임즈 웹사이트

에픽게임즈는 2018년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인앱결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지불하는 것이 과하다고 판단, 외부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다 결국 해당 앱마켓들에서 퇴출됐다. 인앱결제 수수료는 업계에서 쉬쉬하던 사안이었지만, 에픽게임즈는 글로벌 게임사 입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상원의회 앱마켓 규제 입법 추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초당적 법안은 현재 애플과 구글이 장악한 앱스토어 시장에 더 많은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수익 구조도 뒤흔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앱마켓이 자사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입점사들의 정보를 이용한다는 의혹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애플뮤직의 가장 큰 경쟁자인 스포티파이의 정보를 수집해 애플뮤직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 애플은 이 같은 의혹에 부인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더버지는 “앱마켓 시장을 장악한 애플과 구글을 겨냥한 법안이 발의됐다”며 “해당 법안은 개발자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IT기업들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을 반영했으며, 인앱결제 등 문제에 대한 개발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초당파적인 법안의 도입은 대기업들이 소규모 개발자를 장악하는 행동을 느슨하게 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미국 IT업계는 이번 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글·아마존 등 미국 IT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인 넷초이스는 “해당 법안은 정부가 기업들간 싸움의 승자와 패자를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원의회가 앱마켓 규제 강화에 나선 여파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야당이 규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현지 의회에서 기업들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여당 입법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7일 결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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