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과의 직접소통을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게시판을 연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그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입법·행정적 차원의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기됐고,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는 문제에는 청와대 및 관계부처가 직접 나서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뉴스로드>는 지난 3년간 20만 이상의 추천을 받은 여러 청원들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검증해봤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소방공무원들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형재해에 대한 국가적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서 ‘지역 격차’가 ‘안전 격차’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산불이 시작된 다음날인 2019년 4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러한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소방을 지방직으로 두면 각 지방에서 각자의 세금으로 소방 인력충원과 장비마련을 한다”며 “상대적으로 지역 크기가 큰데도 인구는 더 적고 도시가 아니라 소득이 적은 인구만 모여 있는 곳은 지역 예산 자체가 적어서 소방 쪽에 줄 수 있는 돈이 더 적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큰 지역의 재난과 안전에 신경써야하는데 장비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인력도 더 적어서 힘들다”며 “꼭 국가직으로 전환해서 소방공무원 분들께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고 많은 지역의 재난과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38만769명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당시 답변에 나섰던 정문호 전 소방청장은 “우리나라 소방공무원 5만여 명 99%는 지방직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소방예산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며 “국가직화의 핵심은 결국 예산이다 ... 국가직이 되면 ‘소방특별회계’를 법정화해 노후한 소방차량과 개인보호장비를 확충할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청장은 이어 “국가직이 되면,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의료지원과 복지혜택도 늘려갈 계획이며,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인상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국민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위해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문호 전 소방청장과 정은애 소방관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정문호 전 소방청장과 정은애 소방관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국가직 전환으로 소방서비스·인프라 개선

이번 청원은 비교적 신속하게 해결됐다. 청원이 올라온지 7개월 뒤인 2019년 11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0년 4월 시행되면서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바뀐 법안은 ▲전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소방공무원법) ▲대형재난 발생 시 소방청장에게 지역 소방본부장·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 부여(소방기본법) ▲시·도 조례로 운영돼온 소방특별회계를 법률로 격상(소방재정지원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 ▲지자체의 소방안전교부세율 상향(지방교부세법) ▲지자체에 근무하는 국가소방공무원 정원 삭제(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에 관한 법률) 등 총 6개다. 

지난해 4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후 1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국가직 전환에 따른 예산 및 인력 확충으로 소방인프라가 개선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1인당 담당인구는 2016년 1186명에서 2020년 859명으로, 1인당 관할면적은 2.30㎢에서 1.67㎢로 줄어들었다. 구급1인당 담당인구 또한 같은 기간 5637명에서 3957명으로 30% 가량 감소했다.

소방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소방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 7분 이내 도착할 확률은 2016년 63.1%에서 2020년 65.7%로 높아졌으며, 구급차에 전문 응급인력(2명)과 운전원(1명) 등 총 3인이 모두 탑승하는 경우도 31.7%에서 86%로 개선됐다. 덕분에 인명구조실적 또한 같은 기간 1990명에서 2312명으로 16.2% 늘어났다. 

장비 확충 계획 또한 추진 중이다. 소방청은 오는 2023년까지 70미터급 고가차 20대, 소형사다리차 92대, 산불전문진화차 34대, 소방핼기 21대(2025년)를 추가 배치하고, 2곳의 국가항만에 500톤급의 소방선박도 도입할 예정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 활동. 사진=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활동. 사진=산림청

◇ 국가직 전환 효과, 대형재난에서 빛났다

이 같은 소방서비스 및 인프라의 변화는 실제 대형재해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이후 발생한 첫 재해인 강원도 고성산불(2020년 5월 1일)은 12시간만에 주불이 잡혔고 13시간만에 진화가 완료됐다. 이는 1년 전 고성·속초산불에 비해 1시간, 2005년 양양산불에 비해 19시간이나 단축된 것이다. 덕분에 피해면적(123ha)도 1년 전(1267ha)보다 90%나 줄어들었고, 이재민도 1196명에서 2명으로 급감했다. 

대형산불의 조기진화 및 피해 최소화에 성공한데는 국가직 전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소방청은 화재 발생 약 1시간 후 소방 동원령 2호 및 화재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인력 5134명과 소방차량 500여대를 동원했다. 일원화된 지휘통제와 적극적은 소방인력·장비 동원을 통해 화재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었다. 

물론 국가직 전환 후 겨우 1년 남짓 지난만큼 아직 해결해야 될 숙제도 남아있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경찰과 달리 자체적인 조직법이 없어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 등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인사권과 예산도 아직 국가와 지방으로 이원화돼있어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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