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20일 국내 54개 매체에 보도된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13~20일 국내 54개 매체에 보도된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여야가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내부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이낙연·이재명 두 후보가 설전을 주고받았으며,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당 대표와 원희룡 후보 간에 녹취록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 '황교익 논란' 54개 매체에서 총 1016건 보도

빅카인즈에서 ‘황교익’을 검색하면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54개 매체에서 총 101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나온다. 13일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최종후보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감소하던 기사량은, 이낙연 캠프에서 해당 인사에 대해 비판 의견을 낸 16일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황씨와 이재명 캠프, 이낙연 캠프 간의 설전이 오가면서 결국 18일부터는 기사량이 하루 200건을 넘어섰다. 황씨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20일에는 오전에만 135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황교익’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중 ‘경기관광공사 사장’이라는 직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이낙연’과 ‘이재명’이다. 이낙연 캠프는 해당 인사를 ‘보은인사’라며 황씨가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에 맞을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황씨도 이에 대해 ‘친일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이 후보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맞받았다. 양측이 주고받은 과격한 표현은 모두 황씨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상위권에 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후보의 녹취록 논란에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빅카인즈에서 ‘이준석’과 ‘원희룡’을 검색하면, 원 후보가 이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언급한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총 523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나온다. 특히 원 후보가 이 대표에게 통화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18일에만 206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원 후보가 진실 공방을 멈추겠다고 선언한 19일부터는 기사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준석·원희룡’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는 당연히 ‘윤석열’이었다. 원 후보는 지난 17일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통화내용을 폭로했고, 이 대표는 ‘정리’의 대상이 윤 전 총장이 아닌 윤석열 캠프와의 갈등이라고 해명했다. 둘 간의 갈등이 윤 전 총장 영입문제에서 시작된 만큼, 관련 기사에도 윤 전 총장의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 밖에도 ‘내홍’, ‘당내갈등’, ‘진실 공방’ 등 이 대표와 원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내 분열 양상을 표현하는 키워드가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7~20일 국내 54개 매체에 보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7~20일 국내 54개 매체에 보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여야 당내갈등에 ‘4류 정치’ 비판

여야의 갈등을 지켜보는 언론의 취재열기는 뜨겁지만 논조는 차갑다. 대부분의 매체는 여야 내부의 갈등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여권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는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비판하는 논조가 많았다. 한겨레는 18일 사설에서 “황씨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청문회 바로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한 것은 도를 한참 넘어선 것”이라며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해야 할 여당 경선이 막말 파문에 휩싸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또한 이낙연 캠프의 공격이 지나쳤다고 해도 황씨의 반격 또한 막말에 가까웠다며 “황씨가 공사 사장 자리에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그는 지금 칼럼니스트가 아닌 공직 내정자로서 검증받는 것이고 이런 막말은 결격 사유”라며 “황씨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는 이준석·원희룡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매체가 많았다. 동아일보는 19일 “이준석-원희룡의 유치하고 졸렬한 진실공방”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정리된다고 꼭 집어 말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원 전 지사가 단정적으로 이 대표를 몰아붙이면서 갈등을 키우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가벼운 언행으로 잦은 논란을 일으키다 보니 당 장악력과 지도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사건건 말싸움을 벌여 상대를 이기겠다는 태도로는 제1야당 대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야 모두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지 않으면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19일 사설에서 “한국 사회에서 정치 혐오의 시원을 알고 싶다면 현재 여야의 경선 과정을 돌아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며 ‘원팀 선포식’까지 했던 민주당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라며 “국민의힘도 4·7 재보궐선거 때 여당의 독선을 심판하려고 유권자들이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또한 19일 “여야의 막장 드라마… 정치에 희망이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선을 앞둔 여야 대표 정당에서 국가 운영을 맡아보겠다는 대선후보들이나 당 대표까지 얽혀 이전투구에 정신이 없다”며 “내부 갈등 와중에 주고받는 언어나 방식도 저급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여야가 대선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여야가 벌이는 내분은 각 지지층이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러니 정치가 4류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라며 “정말 국민에게 정권을 맡겨 달라고 할 생각이라면 두 당이 경쟁적으로 빨리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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