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의 '고의·반복·악의' 판단 기준 불명확해 독조조항

19~23일 보도된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9~23일 보도된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언론중재법)이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언론은 이에 대해 여당의 오만한 ‘입법 독주’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여당의 언론중재법 추진, 언론 "강행처리" 비판

지난 19일 문체위에서 가결된 언론중재법의 핵심은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손해액의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들은 허위·조작보도 및 고의성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해당 법안이 소송을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빅카인즈에서 ‘언론중재법’을 검색한 결과,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78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언론중재법이 문체위를 통과한 19일 가장 많은 268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주말이 지난 23일에도 150건의 기사가 나오는 등 언론의 반발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22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을 비판하면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131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중재법’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중 가장 자주 등장한 것은 이번 법안 통과를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실제 19일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보두 법안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고, 민주당 의원 8명과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강행처리’가 연관키워드 목록의 두 번째 순위에 올랐는데, 언론이 언론중재법의 문체위 통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언론중재법 소식을 전하면서 야권과 협의되지 않은 여당의 독단적인 법안 처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5배’ 등 언론중재법의 핵심 내용이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윤석열’, ‘언론재갈법’ 등도 연관키워드 목록에 등장했는데, 윤 전 총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이라며 “이 정권이 무리하고 급하게 언론재갈법을 시행하려는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 연장을 꾀하는 데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언론계, 언론중재법 비판에 한목소리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언론계는 성향을 막론하고 일제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개혁적인 성향의 시민단체와 언론들도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겨레는 22일 사설에서 “개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둘째 치고 정의당과 민주당 내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여당 단독의 강행 처리에는 반대한다”며 “민주당은 왜 개혁진영에서도 신중론을 제기하는지에 대해 냉철한 숙고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언론중재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지나치게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민주당은 상임위 배분 합의에 따라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국민의힘 몫으로 바뀌면 언론중재법 개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만큼 그 전에 입법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게 합리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또한 20일 사설에서 “경향신문도 언론개혁 대의와 징벌적 손배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법안에는 언론자유를 훼손·위축시키고 보도 사각지대를 키울 대목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고의·반복·악의 등의 판단 기준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은 명확하고 정교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며 “여당은 민주주의와 언론 역사에 오점이 될 현 수준의 입법 독주를 멈추고, 언론 현업단체들이 요구하는 국회 특위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언론중재법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진보성향 매체와 달리, 보수성향 매체의 비판은 한층 더 매섭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에서 “언론징벌법이라 부르는 언론중재법은 허위 보도를 막는다는 명분과는 달리 권력 비판 보도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징벌 소송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어떤 언론이 막강한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면서 위축되지 않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2019년 ‘연동형 비례’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임대차 3법 등을 언론중재법과 함께 여당의 ‘입법 폭주’ 사례로 열거하며 “이들은 지금 민주적 절차도 필요 없고 이견도 듣지 않겠다는 태도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면서 권위주의 독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야권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정권이 민주 사회의 기본을 흔드는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야당 정치인들과 야당 대표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조차 알 수 없다”며 “이들이 서로 벌이는 말싸움과 경선 유불리 다툼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이 문제를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러면서 지금 정권과 다른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선에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23일 사설에서 “집권 여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에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회 일’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며 “무책임한 침묵이자 방조”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문 대통령은 최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메시지에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바로 언론 자유를 흔드는 차원을 넘어 노골적으로 억압하려는 내용”이라며 “이를 그대로 두면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후퇴시킨 정권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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