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2010년생)가 점차 금융시장의 주요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도 이들의 기호와 특성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3일 발표한 ‘MZ세대가 주도하는 금융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와 Z세대(1995~2010년생)를 통칭하는 MZ세대는 오는 2030년 기준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약 60%를 차지하게 된다. 경제활동의 중추로 성장하는 만큼 MZ세대의 소득도 2030년에 이르러 총소득의 6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금융시장의 주된 고객이었던 X세대(1960~79년생)·베이비부머세대(1940~1959년생)의 자산 또한 MZ세대에게 이전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 자산은 2020년 기준 41.4%를 차지하지만, 수년 내 상속·증여 등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현상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소비와 투자는 감소하고 MZ세대의 경제력이 커지는 시기가 오고 있는 만큼, 금융서비스 또한 달라진 MZ세대의 소비행태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령별 인터넷쇼핑 이용률.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령별 인터넷쇼핑 이용률.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 MZ세대,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5가지 개성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연구기관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MZ세대의 특성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우선 MZ세대는 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상품을 구매하며,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주일 이내 인터넷 쇼핑 구매 비중은 MZ세대인 20대, 30대가 각각 49.5%, 52.7%였던 반면 40대 41.5%, 50대 26.6%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MZ 세대는 1인 방송 컨텐츠에 영향 받아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2019 소비자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방송 컨텐츠에 등장한 협찬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10대 49.5%, 20대 37%, 30대 28%였던 반면 40~50대는 각각 17.5%, 7%에 불과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디지털 어드바이저 소개 화면. 자료=뱅가드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디지털 어드바이저 소개 화면. 자료=뱅가드 홈페이지 갈무리

MZ세대의 두 번째 특징은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의 쇼핑습관이나 위시리스트, 장바구니를 통해 고객의 필요를 예측하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는 금융에서도 개인화된 형태의 서비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2015년 인공지능을 활용한 ‘뱅가드 퍼스널 어드바이저’를 출시해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뱅가드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모두 개인화된 서비스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할 의향이 각각 밀레니얼세대 51%, Z세대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50대(24~36%)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MZ세대는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자신의 선호와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밀레니얼세대(오른쪽)는 자신의 투자선택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하다. 자료=모건스탠리
밀레니얼세대(오른쪽)는 자신의 투자선택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하다. 자료=모건스탠리

세 번째, M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이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소비하는데 관심이 높고, 소비행위의 효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 또한 따진다는 것. 최근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전 세대와 다른 MZ세대만의 특징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소비와 투자가 인권, 기후 등 사회적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고민해 선택을 내린다. 

실제 모건스탠리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Sustainable Investing)에 ‘매우 관심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70%로 전체 평균(49%)보다 매우 높다. 자신의 투자선택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경우도 밀레니얼은 44%로 평균(26%)의 두 배에 달했다. 

 

저금리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MZ세대는 저축보다는 투자를 통해 자산을 키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료=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저금리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MZ세대는 저축보다는 투자를 통해 자산을 키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료=미래에셋은퇴연구소

MZ세대의 네 번째 특징은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와 주식을 통해 자산을 늘리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25~39세 700명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투자 목적을 물은 결과, 78%가 ‘저금리 극복’이라고 답했다. 

 

MZ세대는
MZ세대는 "마음에 들면 같은 상품을 재구매하겠다"(짙은 초록색)는 경향은 약한 반면 "다른 상품을 시도해보겠다"는 경향은 더 강했다. 자료=마케팅차트

다섯 번째, MZ세대는 ‘가성비’와 품질을 따지는 실용적 경향이 강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재구매 확률이 낮은 편이다. 미국 마케팅차트의 조사에 따르면, 마음에 드는 상품을 재구매하겠다고 답한 MZ세대는 Z세대 49%, 밀레니얼세대 59%로, 이전 세대인 X세대(67%), 베이비부머세대(75%)보다 낮았다. 반면 다른 상품을 시도해보겠다는 응답은 Z세대 51%, 밀레니얼세대 41%로 X세대 33%, 베이비부머세대 25%보다 높았다. 

◇ MZ세대를 위한 금융서비스는 어떤 모습?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MZ세대개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2030년부터는 금융업이 ①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②유비쿼터스(Ubiquitous) 금융을 위한 채널 ③초개인화 경쟁력 ④금융유통 기능 ⑤신뢰가 핵심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가 시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금융사들도 챗봇, 앱, 메타버스 등 다양한 자체·외부채널을 통해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일한 서비스를 대량 공급하던 과거와 달리 금융소비자 중심의 초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가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금융서비스가 일반화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인슈어테크 ‘인슈어 더 박스’(Insure The Box)는 운전자의 블랙박스 데이터를 통해 주행습관을 분석한 후 운전자마다 개별적으로 산출된 보험료를 적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금제공자였던 금융사의 역할도 조달보다 유통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직접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투자금을 기업에 연결하는 PEF·PDF, BDC, SPAC 등 다양한 라인업을 운용하고 있다. 

금융권이 ESG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것도 MZ세대의 부상이 미친 영향 중 하나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 상 소비자 보호, 기후위기 등 비재무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MZ세대로부터 외면받을 위험이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MZ세대로 인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점진적이긴 하나 금융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MZ세대가 사회적 이슈 해결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명심하여 ESG 원칙을 경영에 철저히 반영하는 한편 고객 정보와 권리 보호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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