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 없는 탄소중립기본법, 국내외 환경단체 비판
청사진 없는 탄소중립기본법, 국내외 환경단체 비판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8.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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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기존 감축목표 및 기후정상회의 발표 내용 비교. 한국은 이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감축으로 수정.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요국의 기존 감축목표 및 기후정상회의 발표 내용 비교. 한국은 이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감축으로 수정.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환경단체와 경영계 양측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지만 부차적인 부분만 일부 수정됐을 뿐, 핵심 내용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 "2018년 대비 35% 감축" 2030 NDC는 적절한가?

탄소중립기본법은 기업과 환경단체 양쪽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법안 통과로 인해 이전보다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세워지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해당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19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성명을 내고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했으나, 이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2030 NDC 수립을 위한 산업계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축목표 하한선을 법제화 하는 것은, 합리적인 목표 설정을 위한 논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이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더 큰 문제는 환경단체 또한 해당 법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충분한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여당의 법안 강행처리를 비판하고 있다.

가장 비판을 받는 부분은 바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법제화된 2030 NDC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법안의 핵심 목표와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그 중간 경로로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을 45% 이상 해야 한다는 것이, 1.5도 지구기온상승 제한을 위해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제시한 경로”라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0년 대비 최소한 절반 이상 줄인다는 규범적 목표를 전제로 하고, 그 외에 여러 사안들의 논의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가 유엔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유엔은 지구 온도 상승을 연 평균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해외 연구기관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독일 소재 기후과학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한국이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 NDC를 최소한 현재의 두 배 이상 상향해야 한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현 NDC는 ‘매우 불충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국의 기후 목표가 한국처럼 미흡하다고 가정할 경우, 파리협정 목표의 2배 수준인 3~4°C 까지 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국내 감축과 국제 노력에 대한 ‘공정한 분담’ 기여를 고려한 NDC 전체 목표를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70~94%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독일, NDC 낮다며 기후변화법 '위헌' 결정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안한 2030 NDC는 다른 국가의 기후 관련 법안에 명시된 수치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실제 영국은 지난 2008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한 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점차 상향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발표한 ‘영국 기후변화법의 이행현황 및 국내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기후변화법 제정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가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지난댈 유엔에 기존(1990년 대비 57% 감축)보다 11%p 상향된 NDC(1990년 대비 68% 감축)을 제출했다. 또한, 올해 4월 미국이 주최한 기후정상회의 직전에는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를 감축하겠다는 추가 목표도 제시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연방기후보호법’이 불충분한 2030 NDC를 제시하고 있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독일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기존 NDC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88%로 상향했고, 탄소중립 달성시기도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겼다.

오늘 새벽 법사위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의 2030 NDC는 기존보다 상향된 것이기는 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목표나 해외 연구기관의 제안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연도별 감축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독일 등과 달리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 NDC를 제외하면 단계별 감축계획이 없어 2050년 탄소중립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아무런 청사진도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법안에는 ‘2030년 NDC’도,  ‘2050년 탄소중립’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의무’가 아닌 “노력해야 할” ‘목표’로 규정됐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 법안이 어느 정도 강제력을 가질지 알 수 없다. 

녹색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의 목표와 수단은 모두 ‘정의로워야’ 한다. 지금 법안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국제사회의 공정한 분담 원칙에 어긋난다”며 “‘탄소중립 녹생성장법’ 심의를 철회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환노위에 이어 법사위까지 탄소중립기본법 강행처리를 선택한 더불어민주당이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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