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학생들의 미디어 및 정보활용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20일 열린 '학생들의 미디어 및 정보활용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가짜뉴스의 폐해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정보수용자가 스스로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Pandemic)만큼이나 심각한 ‘인포데믹’(Infodemic, 정보전염병)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아직 공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길러내기 위한 체계적인 교과과정은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내년 개정될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한국도서관협회 및 교원단체 주관으로 열린 ‘학생들의 미디어 및 정보활용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도 현실적인 방안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공교육과정 안에 확실하게 자리 잡게하는 것”며 “2022 개정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범교과 핵심역량 중 하나로 포함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일회성이나 단기적 교육으로는 제대로 교육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우며, 교급과 학년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교육내용을 장기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천천히 익혀야 하는 분야”라며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인 우리나라 교육 체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시키는 것은 ‘대중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이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육의 수혜자가 자연스럽게 전체 인구로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 주요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법제화 움직임 확산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다수의 국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학생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2008년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교육법을 처음 제정한 플로리다주의 경우, 2013년 공립학교 전 학년, 전 교과목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합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강화했다. 뉴저지주에서도 2016년 6~8학년 핵심 학업성취기준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 플로리다·뉴저지를 포함해 2019년 기준 14개주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법안을 제정한 상태다. 

독일 또한 2000년 교육제도 개혁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특히,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개정해 ‘정보학’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했으며, 라인란트팔츠주 정부 또한 독자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도 2005년 ‘학교의 미래를 위한 교과과정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해 미디어교육을 의무화했다. 초등과정은 2008년, 중등과정은 2009년부터 미디어교육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학력검증 국가고시인 브르베(Brevet)의 필수 과목으로도 채택됐다.

미국 주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법제화 현황. 자료=미디어리터러시나우(Media Literacy Now)
미국 주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법제화 현황. 자료=미디어리터러시나우(Media Literacy Now)

◇ 2015 교육과정, 미디어 리터러시 어떻게 가르치나?

국내에서는 아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교육과정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다. 예를 들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6대 핵심역량 중 ‘의사소통역량’과 ‘공동체역량’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맥락과 의미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과 연결된다. 

교과별 성취기준에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반영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곡중학교 장은주 교사가 지난해 한국국어교육학회지에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교육 관련 성취기준 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국어과 교육과정의 경우 멀티미디어 텍스트의 속성을 이해하고(디지털 리터러시), 정보 생산 주체의 의도를 비판적으로 파악하는(비판적 리터러시) 능력이 성취기준에 반영됐다. 성취기준에 ‘미디어’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교육자료나 방법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계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가 교육과정에 명시되지 않은 이상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미디어교육과 연관성이 비교적 높은 국어과와 달리 다른 교과목에는 미디어교육의 반영 정도가 상이하며, 일부 내용이 중복되거나 아예 배제된 경우도 있었다. 

◇ 2022 개정교육과정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반영해야

이러한 고민은 교육부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 정책연구보고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시민역량 제고 방안 연구’(2019)를 작성한 강진숙 중앙대 교수 등 연구진은 “국내외 디지털 환경과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제도적 정립과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2015 교육과정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한 직접적 언급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내년 하반기 고시될 2022년 개정교육과정에는 명확하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구진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도입되지 않았고, 교사들조차 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희박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개정될 교육과정의 총론에는 반드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애 위원 또한 “남은 시간을 고려해 보건대, (미디어 교육의 2022년 개정교육과정 포함)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면서도 “2015 교육과정에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와 밀접히 연계된 지식정보처리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 범교과 핵심역량으로 포함돼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라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내용이 2022 개정교육과정에 본격적으로 포함되게끔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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