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최근 데이터 라벨링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뉴딜 핵심 사업으로 AI학습용데이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관련 일자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리자 직군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경력개발 시 다른 직업을 탐색할 기회를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AI학습용데이터란 사물인식·안면인식·챗봇·번역 등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되는 자원을 일컫는다. 이를 한 데 모은 플랫폼은 ‘데이터댐’으로도 불린다. 데이터 라벨링은 주어진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텍스트를 적는(VQA) 등 관련 업무를 의미한다.

기자가 진행한 VQA 작업. 한 장의 사진과 일곱 문항의 빈칸이 제시돼 있다. / 사진=라벨온

정부는 올해 AI학습용데이터 구축에 예산 2925억 원을 배정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규모 예산으로 일자리 약 4만 개를 창출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관련 사업에 2조5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데이터 라벨링 일자리에 사회적 약자의 참여를 권하고 있다. 업무 난이도가 낮고 언제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어 경력단절 여성·장애인·소년소녀가장·은퇴자 등 누구나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벨링을 넘어 프로젝트 관리자(PM) 수준의 전문지식을 익힐 수 있는 직업훈련도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지난 24일 AI학습용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오픈했다.

교육과정은 ▲입문(라벨링 경험이 없는 인력) ▲기본(유형별 지식 필요 인력) ▲심화(기술 향상 필요 인력) 등으로 나뉜다. 교육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AI 학습용 데이터 인력은 지식 수준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뉜다. / 사진=한국정보화진흥원(NIA)

문제는 관련 업계에 PM 직군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AI학습용데이터 관련 인력은 전문지식 수준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뉘는데, PM은 2단계에 속하는 직군이다.

실제로 잡코리아, 사람인 등 취업포털을 30일 확인해 보니 AI학습용데이터 PM 신입 채용공고는 총 2건에 불과했다. ‘검수’ ‘데이터셋’ 등 키워드를 넓혀봐도 마찬가지였다. 석사 이상 학위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인력 과잉’ 문제도 예상할 수 있다. 경력개발을 하더라도 관리자 일자리가 없어 데이터 라벨러로 계속 일을 하거나, 취업 준비기간이 무기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불안은 계속될 수 있다. 정부가 2025년 이후에도 AI학습용데이터 사업 규모를 현행 이상으로 유지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전문가 교육과정 이후 사후관리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향후 고용불안 문제가 개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 등이 사회적 약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데이터 라벨러 처우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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