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로드] 일본에서 비방 글 작성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모욕죄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 데 대한 조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법무성이 형법상 인터넷 모욕죄에 징역형을 도입하기로 했다”며 “내달 중순 열리는 법제심의회에서 관련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현재 모욕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명예훼손죄에 비해 가볍다. 명예훼손죄 처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만 엔(한화 약 52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반면 모욕죄는 30일 미만 구류나 과료 1만 엔(10만5000원) 미만에 그친다. 공소시효의 경우 명예훼손죄 3년, 모욕죄 1년이다.

개정안에서는 모욕죄 처벌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1년 이하의 징역과 금고형이 추가되고, 30만 엔(315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과료를 대신한다. 공소시효도 3년으로 늘어난다.

일본에서 모욕죄 처벌을 강화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일본에서는 네티즌 2명이 SNS에서 한 스포츠선수를 비방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선수는 지난해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포함한 여러 요인이 지목됐다.

당시 비방 글을 작성한 네티즌들은 과료 9000엔(9만5000원)을 부과받는 데 그쳤다. 이에 일본 사회에서는 인터넷 모욕죄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본 법무성은 지난해 6월부터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SNS를 통한 비방은 쉽게 확산되고 인터넷에 계속 남아 있는 등 피해가 심각해 징역형 도입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단, 묘욕죄 적용 범위가 넓어 명예훼손죄보다는 낮은 수위의 처벌로 정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인터넷 모욕죄는 가해자 특정에 시간이 걸리고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법 개정으로 처벌 수위와 공소시효가 확대되는 만큼, 피해 방지 효과 및 적발이 가능한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관련 기사에는 31일 기준 댓글 1966개가 등록됐을 정도로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과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세이케이대 타카하시 아키코 객원교수는 “스포츠선수 사건에서는 짧은 공소시효라는 걸림돌로 약 300건이었던 비방 중 대부분을 적발하지 못하고 입건은 불과 2건이었다”며 “공소시효와 처벌 수위 증가가 억제 효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형사 사건 논객으로 활동 중인 마에다 츠네히코는 “현재 모욕죄는 형법에서 유일하게 징역형과 1만 엔 이상의 벌금형이 없는 범죄”라며 “개정이 이뤄지면 비방 글을 부추기거나 도운 사람들도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한국에서는 이미 모욕죄에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연감에 따르면 모욕죄 사건은 2009년 9023건에서 2019년 4만8249건으로 매년 약 5000건씩 증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모욕죄 처벌 수위 문제는 2019년 한 가수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20대와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해 8월 모욕죄에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의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인터넷이 보급된 뒤 온라인 비방 피해는 전세계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비방은 현실에서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네티즌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보여주는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