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 딜로이트 그룹
국가별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비교. 자료=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경단체로부터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지나치가 낮게 설정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올해 말 유엔에 제출할 2030년 NDC는 법안보다 상향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것으로,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첫 입법적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비전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연구 및 중장기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경제·사회적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법안은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35%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다수의 환경단체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의 35% 이상 수준으로 한다지만, 실제로는 2010년 대비 29% 수준에 불과하다”며 “오늘의 법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을 ‘방기’한 법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의 이처럼 탄소중립기본법을 비판하는 이유는, 해당 법안이 설정한 2030년 NDC가 국제기구 및 해외 기후관련 연구기관의 추정치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 지난해 유엔에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2030 NDC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당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파리협정이 정한 목표(지구 온도 상승을 연 1.5도 이내로 제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2도 이내 제한일 때는 2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일 소재 기후과학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또한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현 NDC는 ‘매우 불충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국의 기후 목표가 한국처럼 미흡하다고 가정할 경우, 파리협정 목표의 2배 수준인 3~4°C 까지 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국내 감축과 국제 노력에 대한 ‘공정한 분담’ 기여를 고려한 NDC 전체 목표를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70~94%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상향된 2030년 NDC, 국제사회 기준에 미달

한국은 유엔 등의 지적을 반영해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30년 NDC를 이전보다 상향된 ‘2018년 대비 35% 감축’으로 수정했다. 2017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5.9%를 감축하는 것으로 이전 대비 11.4%p 가량 목표를 상향 조정한 셈이다.

하지만 수정된 NDC조차 IPCC의 권고와는 격차가 있다. IPCC 권고한 ‘2010년 대비 45%’를 를 탄소중립기본법의 기준 시점을 2018년으로 옮겨보면 약 40.6%라는 수치가 나온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추려면 탄소중립기본법보다 NDC를 5%p 가량 상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다른 국가의 2030년 NDC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탄소중립 로드맵과 NDC 강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제출한 2030년 NDC(2005년 대비 22~26% 감축)는 2015년으로 환산하면 약 33~36%다. EU의 2030년 NDC(1990년 대비 55% 감축) 또한 2015년으로 환산 시 약 40% 정도다. 

게다가 주요 국가들은 2030년 NDC를 점차 상향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NDC를 기존 대비 두 배 가량 상향한 2005년 대비 50~52%로 조정했다. 독일은 기존 NDC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1990년 대비 55%에서 65% 감축으로 NDC를 상향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가 다른 국가의 NDC는 더욱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비록 최근 상향된 국제사회의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IPCC 권고나 다른 국가의 상향 전 NDC 수준에 맞추려면 기존 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만약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18년 대비 35% 감축을 유엔에 새로운 목표로 제출할 경우 또다시 수정 후 제출울 요구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고 명시해, NDC를 상향할 여지를 남겨뒀다. 

물론 환경단체의 요구대로 NDC를 상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는 지난달 31일 공동 성명을 내고 “2050 탄소중립은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목표로 이해한다”면서도 “주요 선진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기간은 짧은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2030년 NDC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약 두 달 남은 2030년 NDC 제출 기한 동안 국내 기업을 설득하고 국제사회의 기준에 충족할 만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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