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살펴보니 '위기 실종'
20대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살펴보니 '위기 실종'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9.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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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회원들이 7일 정당별 대선 예비후보들에게 탈석탄 정책을 제안하고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7일 대선 예비후보 19명에게 탈석탄 정책을 제안하고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사진=석탄을 넘어서

20대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두고 여야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후공약이 경선 및 대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기후위기는 대선 핵심 의제” 유권자 목소리 높아져

한국갤럽이 녹색연합 의뢰로 지난달 12~19일 7일간 만 14세~6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통령 선거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1.1%가 “그렇다”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내년 대선에서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의 내용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자는 88.1%(많이 고려하겠다 31.5%, 약간 고려하겠다 56.5%)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이미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97.7%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기후위기가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도 95%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80.1%는 이미 기후위기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93.3%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유권자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는 반면, 현 정부의 대응이나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대해서는 불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다른 국가에 비해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6.5%로 미흡하다(73.5%)고 답한 응답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또한 대선을 준비 중인 각 정당 및 후보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는 70%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응답자(30%)의 두 배가 넘었다.

 

자료=녹색연합
'기후위기'가 20대 대선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 자료=녹색연합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 기후위기보다 에너지 전환에 초점

기후위기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경선 초반까지만 해도 이에 무관심했던 대권주자들도 점차 관련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실제 녹색연합이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후보 8명(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선언문을 분석한 결과, 기후위기를 언급한 후보는 박용진 후보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는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출마선언문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언급한 정도였던 이재명 후보는 7월 18일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2050년 탄소중립을 통합 관할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이에 더해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 및 인재 육성, 전기·수소차 산업 지원, 화석연료 기업의 녹색전환 지원 등 추가적인 공약을 밝혔다. 다만 다양한 기후공약을 내세웠음에도, ‘기후위기’ 자체보다는 에너지전환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이낙연 후보는 아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국가로의 대전환”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메타버스 방식으로 열린 연설회에서 “GDP의 2~3%를 탄소중립 예산으로 해마다 투입하고, 탄소기반 산업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하고, 거대한 산업전환에서 실업자가 나오지 않게 교육과 훈련과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달 3일 공공기관 경영 및 공적 연기금 운용, 공공조달에 ESG를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ESG 4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당 대표 시절 통과시킨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국민의힘, “원전 없이 탄소중립 불가능”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기후위기가 경선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국민의힘 주요 경선 후보들의 출마선언문을 살펴보면 기후위기나 탄소중립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언급을 했다고 하더라도 주로 원자력발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 윤석열 후보는 지난 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론적으로는 화석연료나 원전을 다 없애고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만 가져가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향은 당장 가능하지 않다”며 “원전을 폐쇄 하려면 전문가들을 통해 안전성 등 여러 검증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되지 않았다”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탈핵 및 원전 축소 공약을 내세웠던 유승민 후보도 이번에는 입장을 바꿨다. 유 후보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석탄발전을 대폭 줄이고 원전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후보 또한 “잘못된 이념과 지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합리적 추진을 제도화하겠다”며 “원자력산업을 본격적인 수출산업화하여 품격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자료=석탄을 넘어서
자료=석탄을 넘어서

◇ 구체적인 탈석탄·NDC 상향 계획 부재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후위기 대응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탈석탄 정책과 관련해 대부분의 후보들이 구체적인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7일 대선 예비후보 19명에게 2030 탈석탄 정책을 제안한 뒤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50% 감축(2018년 대비 55%) ▲2030년 석탄발전 비중 0% ▲신규석탄 건설중단 ▲기존 석탄발전소 조기폐쇄와 정의로운 전환 계획 마련 등을 후보들에게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제안에 대해 답변을 한 후보는 19명 중 절반인 10명에 불과했다. 이낙연, 정세균(이상 더불어민주당), 박진, 원희룡, 장성민,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이상 국민의힘) 등 9명은 2030 탈석탄 정책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한 후보 중에서도 구체적인 탈석탄 시점을 밝힌 경우는 많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 정의당 심상정·이정미 후보, 국민의힘 장기표 후보 등 4명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표에 동의했으며 박용진 민주당 후보는 2040년 탈석탄 로드맵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추미애 후보, 국민의힘 안상수·유승민·윤석열 후보 등은 구체적인 탈석탄 시점을 정하려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겠다는 후보도 드물었다. 현재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정해진 NDC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감축”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를 40%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추미애 후보는 50%, 심상정 후보는 2010년 대비 50% 감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재명·장기표·심상정 후보는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을 중단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동의했다. 

한편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개별 후보들의 공약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석탄을 넘어서’가 제시한 정책 제안에 비해 매우 불충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책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대선 후보들을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 느꼈으며 나머지 무응답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탈석탄 정책 제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석탄을 넘어서’에서는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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