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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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일본에서 ‘연예인이 코로나19 감염 뒤 사과하는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중으로 하여금 코로나19 감염을 ‘부끄러운 죄’로 인식하게 만들고, 감염 사실을 숨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은 ‘유명인의 코로나19 감염 후 사과, 템플릿화에 대한 우려와 제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7일 게재했다. 심리학 전문가인 니가타세이료대학 임상심리학과 우스이 마사후미 교수의 기고문이다.

골자는 현지 연예인이 코로나19 감염 직후 및 치료 뒤 사과하는 행동이 의례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스이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이란 상대에게 용서받아야 하는 ‘부끄러운 죄’ 같은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일본의 연예인들은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자신의 SNS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성우 산페이 유우코의 소속사는 6일 ‘산페이 유우코 복귀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감염 검사에서 양성으로 진단을 받아 휴식을 취한 뒤 회복했다”며 “팬과 관계자 여러분께 막대한 걱정과 불편을 끼쳤다”고 밝혔다.

배우 후카가와 마이는 지난달 23일 “두통과 목 통증과 발열 증세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며 “관계자 여러분께 심려와 폐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가수 송가인은 지난달 29일 “치료 받고 있는 중이고,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하루 빨리 음성 판정을 받고 인사드릴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팬 여러분도 마스크 잘 착용하고 개인 방역도 철저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양국 연예인들의 사과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일본 연예인들은 자신의 감염이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에 대한 사과, 한국은 연예활동 중단으로 기다릴 팬들에 대한 사과와 방역수칙 이행을 당부하는 글이었다.

물론 양국에서는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던 연예인들도 있어, 이 같은 차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우스이 교수는 자국의 사례들을 ‘일본적 사과’로 명명하고, 일본 특유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우스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첫 번째 감염자가 되길 두려워 했는데, 그것은 타인에게 폐를 끼칠 우려 때문만은 아니고 자신을 탓하며 차별의 대상으로 삼을까 두려워 했던 것”이라며 “연예인의 경우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고, 감염이 죄인지 여부를 떠나 사과하는 편이 무난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예인들의 사과가 현명한 일인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연예인들의 행동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며, 사과를 한다면 일반인들도 감염이 ‘부끄러운 죄’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고 사과해야 할 일이 된다면, 병 자체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감염 사실을 숨기게 돼 방역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스이 교수는 끝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일본 문화는 멋지지만, 까딱 잘못하면 감염자에게 불필요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연예인들도 의례적인 사과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대신 ‘여러분도 꼭 조심하세요’로 바꾼다면, 코로나19 감염도 ‘부끄러운 죄’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연예인들이 감염 사실을 밝히면서 누군가에게 사과하는 행동 자체는 일본의 사례와 크게 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일반회사 직원이 코로나19 감염 뒤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는 사례도 보고되는 만큼, 우리 사회에도 차별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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