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복잡한 RPS 제도 개선해야"

2020년도 발전설비용량 비중. 자료=전력거래소
2020년도 발전설비용량 비중. 자료=전력거래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재생에너지 지지자들이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비교적 설치면적 당 전력생산량이 높아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풍력발전의 가성비가 국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육상풍력 의 LCOE(균등화발전비용)은 MWh당 111.64~178.63달러(2020년 기준)로 미국(39.6~63.2달러)의 3배 가까이 높다. 

지난해 10월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의 블룸버그NEF(BNEF) 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한국 육상풍력의 LCOE는 105달러(2020년 상반기 기준)에 달했다. 물론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가가 낮아질 수도 있지만, 세계 평균이 44달러임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풍력발전은 아직 ‘가성비’가 나쁜 발전원이라고 볼 수 있다. 

낮은 ‘가성비’ 때문인지 국내에서 풍력발전의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전력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2020년도 발전설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업용 발전설비 용량은 12만9191MW였는데 풍력발전 비중은 1.3%(1635MW)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2만544MW)로 한정해도, 대부분(71%)이 태양광 발전이었으며, 풍력발전 비중은 8%에 그쳤다. 2019년 풍력발전 비중이 전체 설비 대비 1.2%였던 점을 고려하면, 풍력발전 보급 속도는 예상보다 더딘 편이다.

 

한·미·일 에너지원별 2020년 LCOE 비교.(단위: USD/MWh)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미·일 에너지원별 2020년 LCOE 비교.(단위: USD/MWh) 자료=한국경제연구원

◇ 복잡한 RPS 제도, 풍력발전 보급 지연 

국내 풍력발전의 가성비가 해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비단 기술의 차이 때문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RPS)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13일 발간한 ‘RPS 시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전력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발전공기업)에게 부과하는 기형적인 RPS 구조 때문에 풍력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민간 발전사업자가 풍력 발전사업을 하려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장기 재생에너지 공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가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은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가진 발전공기업 뿐이다. 이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발전공기업와 공동 출자해 풍력발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렇게 설립된 풍력발전 SPC는 공기업이 출자했기 때문에 정부의 사업 적정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풍력발전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 발전공기업이 출자한 재생에너지 SPC는 전력거래소와 한국에너지공단 산하 위원회로부터 가격적정성을 심사받도록 했다. 결국 현재 한국에서 풍력발전사업을 하려면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 ▲산업부 및 기재부 ▲발전공기업 이사회의 평가를 모두 받아야 한다. 

보고서는 이 과정이 복잡하고 중복적이어서 시간이 지나치게 소요될 뿐 아니라, 불투명한 기준에 따른 과도한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심사 과정으로 풍력발전사업의 SPC 출자 및 REC 계약까지 최소 8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소요돼 실제로 풍력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내 모든 풍력발전 사업자들은 위 절차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해당 절차가 지나치게 중복적이고 복잡한 측면이 있어서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에 따라 사업 비용 및 예상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 

 

국내 풍력발전 사업의 지분출자 구조(위)와 풍력발전 계약 심의 및 체결 절차. 자료=기후솔루션
국내 풍력발전 사업의 지분출자 구조(위)와 풍력발전 계약 심의 및 체결 절차. 자료=기후솔루션

전력거래소가 요구하는 가격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추정한 2021년 풍력발전 LCOE는 163.6원/kWh이지만 전력거래소는 147.1원/kWh을 제시했다. 전력거래소가 원가보다 낮은 단가를 제시한다면, 민간사업자는 사업을 지속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전력거래소는 발전공기업과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특정 계약단가 수준 이하로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당 계약 단가를 맞추지 못할 경우 전력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중복적이고 복잡한 절차가 계속 유지될 경우, 풍력발전 보급 속도는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풍력발전 사업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현행 RPS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독일이나 미국에서도 대부분 발전차액보전계약제도 혹은 경매 기반의 장기고정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이를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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