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아동들이 후원받은 지난해 코로나19 놀이키트를 즐기는 모습.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모든 국민이 동시에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난이 모두에게 평등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알려준 가장 잔인한 사실은 재난은 취약한 이에게 가장 먼저, 더욱 아프게 찾아간다는 점이다. 실제 집단감염 사태의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은 이들은 요양병원의 고령층이나 콜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대면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이나 노숙자들 또한 강화된 방역체계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더 큰 곤란을 겪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취약계층 중 눈여겨봐야 할 집단이 바로 어린이들이다. 학교, 어린이집 등 돌봄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아동들은 온전히 가정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이 때문에 공교육 시스템이 중화시켜왔던 양육의 계층격차는 코로나19 이후 온전히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빈곤층 가정의 양육 환경은 코로나19 이후 더 큰 격차를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후 아동이 방치된 시간의 변화. (단위: 분)자료=아동권리보장원
코로나19 전후 아동이 방치된 시간의 변화. (단위: 분)자료=아동권리보장원

◇ 코로나19 이후 빈곤층 아동 행복감↓ 우울감↑

아동권리보장원이 만 0~18세 아동 7만5096명과 보호자 8만48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대응 아동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빈곤층 가구의  아동 양육 환경은 비빈곤가구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가구 아동의 경우 아침 결식률이 코로나19 이전(2018년) 27.7%(방학 중)에서 코로나19 이후(2020년 11월) 50.1%(미등교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위소득 50% 초과인 비빈곤가구 아동 또한 16.4%에서 38.5%로 크게 증가했으나, 여전히 빈곤가구 아동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아동이 홀로 방치되는 시간도 증가했다. 빈곤가구 영유아(만 0~6세)가 혼자 보내는 시간은 미등원일 기준 132.67분으로 코로나19 이전(85.5분) 대비 55.2% 증가했다. 비빈곤가구 영유아의 경우 67.19분에서 88.74분으로 32.1%가량 증가했으나, 빈곤가구에 비해 방치된 시간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양육환경이 악화되면서 빈곤층 아동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도 크게 줄어들었다. 비빈곤가구 아동의 ‘행복도’는 코로나19 이전 7.44에서 코로나19 이후 7.39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빈곤가구 아동의 경우 6.50에서 5.78로 약 0.72p 감소했다. ‘우울감’의 경우 비빈곤가구 아동이 2.33에서 2.59로 소폭 증가한 반면, 빈곤가구 아동은 3.29에서 4.08로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아동은 비빈곤가구에서 2.2%에 불과했지만, 비빈곤가구는 그 세 배에 달하는 6.2%였다. 

 

코로나19 이후 가구소득별 아동의 행복감 비교. 빈곤가구라고 해도 균형적인 생활을 보장받는 아동은 행복감이 더 높았다. 자료=초록우산어린이재단
코로나19 이후 가구소득별 아동의 행복감 비교. 빈곤가구라고 해도 균형적인 생활을 보장받는 아동은 행복감이 더 높았다. 자료=초록우산어린이재단

◇ 빈곤가구, 다양한 어려움 고려한 맞춤형 지원책 필요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빈곤가구 아동의 정신건강 악화가 충분히 대응 가능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8월 발표한 ‘2021 아동행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가구 아동의 행복감은 6.73으로 비빈곤가구(7.47)보다 낮았다. 하지만 빈곤가구 내에서도 수면·공부·미디어·운동 등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가진 아동의 행복감(6.94)은 그렇지 못한 아동(6.69)보다 높았다. 빈곤가구에 충분한 양육 지원이 시행되기만 한다면 경제적 격차가 아동이 느끼는 행복의 격차로 전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빈곤가정의 특성에 따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빈곤가정 특성별 영유아 양육지원 요구 분석 및 지원방안’ 보고서에서 “빈곤가정의 영유아는 보육·교육, 보건, 복지 분야 등 다차원적 영역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개별 가구의 어려움을 파악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이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가정을 양부모·한부모·미혼모·조손가정 등으로 나눠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양육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었다. 또한, 아이를 맡길 시설이 부족하고 직접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한부모·미혼모 가정의 경우 홀로 양육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모가 느끼는 우울감이 높았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나 영화 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즐긴 경험이 양부모 가정보다 더욱 적었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양육부담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손가정의 경우 양육자의 노쇠함과 낮은 정보접근성으로 인해 아이에게 충분한 훈육과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손가정의 경우, 아이와 문화생활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응답이 무려 79.2%로 다른 빈곤가정보다 1.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빈곤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가구형태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필요한 지원정책도 다양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고립에 따른 낮은 자존감과 높은 우울감에 고통받는 한부모·미혼모 가정의 경우 단순한 양육비 지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자조모임을 구성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양부모 가정과 달리 긴급 상황 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어려움을 고려해 여성가족부의 돌봄서비스 등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초기의 사회적 격차에 대한 조기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 격차는 점점 커져서 이로 인한 부정적 발달 궤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빈곤가정 유형에 따른 촘촘한 맞춤형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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