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전 선언' 언론 평가 '극과 극'
文 '종전 선언' 언론 평가 '극과 극'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9.24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2~24일 보도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지난 22~24일 보도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숙원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종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언론은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북한은 24일 리태성 외무성 명의의 담화문을 내고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 종전선언 주체로 ‘중국’ 언급한 문 대통령

빅카인즈에서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종전선언’을 검색한 결과 54개 매체에서 총 41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종전선언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문재인’, ‘유엔총회’였으며, 그 외에는 대부분 ‘비핵화’, ‘국제사회’, ‘불가역적 진전’ 등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 나온 표현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북미중 4자’과 ‘남북미 3자’의 경우 다수의 매체가 이를 기사 제목으로 활용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체들을 직접 언급한 만큼, 언론도 해당 문구를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미중 4개국 중 ‘중국’은 다른 3개국과 달리 종전선언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남북대화에서 미국을 핵심 파트너로 대우해온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체로 중국을 거론한 것은 이번 유엔총회가 처음이다. 이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지지부진한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2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중국의 협조에 따라 올림픽에서 남북대화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신문은 22일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주체로 ‘남북미중’을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며 “현시점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심폐소생’하려면 북의 혈맹인 중국을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또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공세적 태도를 보인다는 파리드 자카리아 CNN 앵커의 지적에 “중국은 국제사회에 중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며, 우리는 이를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중국을 두둔하는 답변을 내놨다. 국민일보는 23일 정 장관의 답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 등 북한 문제에 대해 요지부동인 미국 대신 중국을 돌파구로 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보수 언론 '종전 선언' 비판, 진보 언론 '평화프로세스' 의미 부여

한편, 국내 매체들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에서 “대통령 연설 하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유엔에서 ‘북한 핵 개발 계획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북핵 위협엔 침묵하면서 ‘종전 선언’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70년 된 휴전 상황을 끝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위기의 근원인 북핵 해결이 먼저”라며 “북은 지금도 한국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증강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쟁 끝, 평화 시작’을 선언하자고 하나. 끝까지 쇼할 생각 뿐”이라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 또한 23일 사설에서  “북한은 스스로 핵무장국임을 선언했다. 한반도 적화통일 목표도 그대로 두고 있다. 이런 북한을 두고 문 대통령이 비핵화 없이 평화와 종전선언을 얘기한다면 오산”이라며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에 더는 매달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한반도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또는 한국이 북핵과 전쟁을 억지할 능력을 갖췄을 때나 가능하다”며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마무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진보성향 매체들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의미있는 제안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는 22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꺼낸 것은 임기 마지막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종전선언의 의미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환기하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종전선언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차기 정부가 계승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을 통해 성과를 내야겠다는데 얽매이지 말고,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주춧돌들을 차분하게 놓아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남북관계가 교착하고 임기 말 국정동력에 한계가 있지만 평화 유지가 지상과제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은 의미가 있다”며 “결실을 맺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