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인기 드라마에서 일반인 전화번호를 공개해 논란이다. 제작사 측은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일반인 전화번호 유출

23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전화번호 2건은 일반인들이 사용 중인 번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 주인 중 한 명인 A씨는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2000건이 넘는 전화·메시지가 쏟아져 휴대전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오징어게임은 싸이런픽쳐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유통하는 드라마다. 낯선 이가 건넨 명함 속 전화번호로 연락한 뒤, 서바이벌게임에 참가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 유출된 전화번호는 1·2·9화에 드러난 명함에 적혀 있었다.

해당 전화번호들은 지역번호나 010이 생략된 8자리였다. 휴대전화에서는 8자리만 입력해도 전화를 걸 수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전화번호에 호기심을 갖고 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A씨는 걸려오는 전화와 메시지 탓에 10년간 사용한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 번호들은 아직도 포털사이트와 SNS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또한 드라마 속 전화번호와 유사한 번호의 주인들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

싸이런픽쳐스와 넷플릭스는 피해자들과 합의를 논의하고 있다. 법조계는 피해자들이 제작사와 유통사를 상대로 전화번호 모자이크 처리 및 물질적·정신적 피해 위자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드라마업계, 개인정보 보호 경각심 느껴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작사들을 위해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업계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다. / 사진=영화진흥위원회

통상 드라마나 영화업계는 전화번호 노출 장면이 필요할 때, 제작 관계자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싸이런픽쳐스가 개인정보 보호에 무감각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화번호는 이름이나 성별 등 다른 개인정보와 달리, 단독으로 유출되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 표적이 되거나, 이번 사태 피해자들처럼 전화·메시지 폭탄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화업계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를 마련해 제작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일반전화 4회선, 휴대전화 2회선을 스크린 노출용으로 확보했다.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사가 드라마·영화·만화·음악 등 콘텐츠제작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화번호 100개를 공개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업계는 제작 시 활용할 노출용 전화번호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피해 가능성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영화업계처럼 정부 차원의 지원도 드라마 속 개인정보 유출 재발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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