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훈 "1㎏ 커피 소비에15㎏ 탄소 배출, 온실가스 줄여야"

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 업체 '도시광부'가 개발한 커피활성탄. 사진=도시광부
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 업체 '도시광부'가 개발한 커피 숯가루. 사진=도시광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몇백원에 불과한 자판기 커피부터 한 잔에 만원을 넘나드는 스페셜티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모든 커피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비용이 숨어있다. 커피 원두를 생산해 각지로 운송한 뒤 소비자에게 제공된 후 남은 찌꺼기가 버려지는 과정까지 배출되는 탄소를 모두 더해야 온전한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알 수 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수많은 기업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외치고 각국이 ‘탄소중립’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는 시대가 됐지만, 일반 소비자가 커피와 기후를 연결 지어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우리는 커피를 소비한 후 버려지는 찌꺼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후위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 고민하는 단계에 다다르지 못했다.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도시광부’는 아직 이러한 성찰이 부족한 국내 커피 시장에서 ‘윤리적 소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뉴스로드>는 나용훈 도시광부 대표를 만나, 커피 시장에서의 윤리적 소비는 어떻게 가능할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광부가 개발한 커피활성탄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모습. 사진=도시광부
도시광부가 개발한 커피활성탄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모습. 사진=도시광부

기후변화센터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오랫동안 연구자로서 활동하다가 2016년 커피 찌꺼기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선택하게 됐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는?

나용훈: 과거 일하던 연구소에서 동료들과 카페에 갔는데 그곳에서 커피 찌꺼기를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보통은 집에 가져가서 말린 뒤 탈취제로 쓰지만, 그다음에는 어쨌든 버려지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연구원이다 보니 일반적인 관점과는 달리 커피 찌꺼기가 소재로서 어디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알아보게 됐다. 

커피는 음료로서 소비되지만, 기본적으로 탄소화합물이다. 화학 용어라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해 탈 수 있는 물건이란 뜻이다. 그래서 실생활에서는 연료로 가장 많이 쓰이고, 오염물을 흡착하는 기능이 있어서 공기청정기나 정수기의 필터로도 사용된다. 마치 핸드폰으로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도 하고 메모장으로도 쓰고 여러 가지 기능을 사용하는 것처럼, 커피도 여러 가지 쓰임새가 농축된 요물단지라고 볼 수 있다. 

쓰임새가 많다는 것 알겠지만, 굳이 ‘커피’여야 하는 이유는 뭔가? 커피 찌꺼기가 반드시 재활용돼야 할 정도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나용훈: 우리는 그냥 쉽게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우리나라가 직접 커피를 대량재배하지는 못하지 않나. 해외 커피 농가에서 생산한 생두를 가공해서 배나 비행기로 운송해 소비자 앞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분석해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것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고 하는데, 커피의 경우 1㎏을 소비할 때 약 15㎏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라비카종 커피 생두 1㎏을 영국에 수출할 경우 평균 15.33㎏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최악의 탄소배출 식품으로 꼽히는 소고기(1㎏당 26.5㎏)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으로, 버터(1㎏당 12㎏)나 치즈(1㎏당 13.5) 등 탄소배출 상위권에 속하는 유제품보다도 높다. 

나용훈: 이게 어떤 의미냐면 커피는 가장 높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물질 중 하나라는 뜻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원료의 1%뿐이고 99%는 버려진다. 1㎏의 커피를 소비할 때 배출되는 15㎏의 탄소가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 찌꺼기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왜 도시광부가 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커피활성탄을 활용한 클린뷰티 제품. 사진=도시광부
커피활성탄을 활용한 클린뷰티 제품. 사진=도시광부

커피를 생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도 아니고 식물의 열매인 커피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굳이 재활용할 필요 없이 비료처럼 흙에 버리면 되지 않나?

나용훈: 커피 찌꺼기는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땅에 매립된 후 썩는다. 썩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분해가 적절히 잘되지 않으면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그리고 커피에는 카페인도 있고 우리 몸에 좋은 유효 성분들이 많지만, 흙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페인이 토양 미생물이나 지렁이를 죽일 수 있다. 미생물 입장에서는 독극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흙 90%에 커피 찌꺼기 10%를 잘 섞어서 뿌려주는 정도는 괜찮지만, 대부분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처럼 통째로 땅속에 버려진다. 게다가 커피 찌꺼기는 대부분 물기를 머금은 채 버려지는데, 소각할 때 젖은 커피 찌꺼기에서 발암물질이 다량 배출될 수 있다. 

이처럼 커피는 애초에 초고밀도의 탄소배출 제품일 뿐만 아니라, 사용 후 적절히 처리되지 않으면 또 다른 온실가스를 만드는 녀석이다. 그래서 처리과정을 누군가 관리해줘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그럼 우리가 하지, 뭐” 하고 나서게 된 것이다. 이게 ‘도시광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나도 커피를 마신 후 나온 찌꺼기를 화단에 뿌려주거나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기존 상식처럼 커피 찌꺼기를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은 불가능한가?

나용훈: 비료로 만들 수는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질소가 너무 많이 함유돼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비료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미 토양에 질소가 많은 상태인데, 커피 찌꺼기까지 뿌리면 질소 과잉으로 토양이 산성화될 수 있다. 그래서 인, 칼륨 등을 섞어 줘야 하는데, 그러면 가격이 비싸진다. 지금 커피 비료를 많은 농가가 쓰고 있나? 그렇지 않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커피 찌꺼기를 비료로 재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실제 도시광부는 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을 통해 비료를 넘어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커피숯을 시작으로 커피숯가루를 활용한 비료와 공기청정기 및 정수기용 탄소 필터, 커피원두를 활용한 식이보조제까지 도시광부의 아이디어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커피 추출물을 활용한 담배독성 해독제를 개발했고, 올해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커피 찌꺼기를 생활용품·화장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도시광부가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에 만든 제품을 폐기할 때는 환경오염의 위험이 없나? 

나용훈: 도시광부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커피 찌꺼끼를 활용한 제품을 단순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사용한 뒤 다시 수거해 리사이클링을 하는 것’까지다. 특히 필터나 비누, 샴푸, 세정제처럼 계속 소모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도시광부가 구독경제의 형태로 판매하면서 수거 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나용훈 도시광부 대표. 사진=도시광부
나용훈 도시광부 대표. 사진=도시광부

말씀하신 비즈니스 모델이 실현될 수 있다면 상당히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들이 커피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용훈: 커피 찌꺼기는 플라스틱처럼 환경에 미치는 타격이 눈에 보이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다만 저는 이 문제가 복잡하다기보다는 그냥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런 의식을 실제 소비행위로 연결해줄 수 있는 브릿지가 좀 더 만들어져야 한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규제’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제품을 분류하는 기준을 세운다면 소비자들이 쉽게 탄소중립적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환경부에서 저탄소제품 인증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 모든 상품이 ‘탄소’라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원하는 제품을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 

플라스틱도 지금은 폴리에틸렌, PET, PP, PS 등으로 구분해 분리수거하지만 예전에는 구분을 안했다. 정책과 법안이 뒷받침해주니까 분리수거가 가능해졌고, 페트병을 재활용해 옷과 가방을 만드는 사업모델도 실현될 수 있었다. 커피 업사이클링을 장려하려면 이러한 규제나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커피는 플라스틱과 같은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대부분의 탄소저감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고 구매를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나. 

나용훈: 가성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렌즈로 본다면 가성비가 우선돼야 한다. 모든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위험하다. 싼 제품에는 보이지 않는 가격이 숨어있다. “이 소비는 정말 바람직한 소비인가?”를 되묻지 않으면 할부든 일시불이든 언젠가는 숨겨진 비용을 결국 지불해야 한다. 지불하는 것이 우리일 수도 있지만, 다음 세대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성비 중심의 소비패턴에 ‘윤리적 소비’라는 새로운 층을 하나 더 얹었으면 좋겠다. 나는 기업이 소비자를 앞서가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소비자의 의식이다. 각자 주머니 사정이 있는데 실생활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윤리적 소비를 하려는 태도나 그것이 필요하다는 인식만으로도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