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자연어 크라우드 워커' 모집공고. / 사진=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뉴스로드] 정부의 데이터댐 구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정부가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정부는 전문교육을 실시해 고용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댐이란 AI학습용데이터를 축적하는 국책사업을 의미한다. 해당 데이터는 사물인식·안면인식·챗봇·번역 등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된다. 정부는 데이터댐을 디지털뉴딜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AI학습용데이터 구축에는 예산 2925억 원을 배정했다. 지난해와 같은 규모다. 정부는 2025년까지 관련 사업에 2조5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 데이터댐 구축에 단기알바 모집, 고용불안 해소 숙제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아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지원한 AI학습용데이터 관련 일자리는 5만3080개였다. 이 중 단기 일자리인 데이터라벨링은 4만552개(76.4%)에 달했다.

데이터라벨링은 주어진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텍스트를 적는(VQA) 등 AI 고도화에 필요한 자원을 만드는 업무들을 아우른다. 데이터라벨링 일자리는 대체로 건당 보수를 받는 크라우드소싱(대중 참여) 형태다.

데이터라벨러들은 이 기간 월평균 60.5시간 근로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2만8109명(69.3%)은 보수가 50만 원 미만이었다. 200만 원 미만으로 넓혀보면 3만6589명(90.2%)까지 늘어난다.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처우로 보인다.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는 데다, 법정근로시간 월 209시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최저시급 8720원을 받는 209시간 근로자의 월급은 182만2480원이다. 주휴수당(약 7만 원)을 더하면 월 21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데이터라벨링 직무가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질 낮은 일자리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업무 난이도가 낮고 언제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해, 경력단절 여성·장애인·소년소녀가장·은퇴자 등 누구나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데이터라벨러들의 38%는 재직자였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부업으로 삼은 셈이다.

◇’질 낮은 일자리’ 지적에 정부 “전문가 양성하겠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데이터라벨링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했다. / 사진=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정부는 데이터라벨러들이 IT업계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심화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지난달 24일 AI학습용데이터 프로젝트 관리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교육과정은 ▲입문(라벨링 경험이 없는 인력) ▲기본(유형별 지식이 필요한 인력) ▲심화(기술 향상이 필요한 인력) 등으로 나뉜다. 교육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다만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해도 정규직 취업은 쉽지 않다. IT업계에 AI학습용데이터 프로젝트 관리자 직군 수요가 부족한 탓이다. 이에 데이터라벨러로 계속 일하거나, 기약 없이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고용불안은 계속될 수 있다. 정부가 2025년 이후에도 AI학습용데이터 사업 규모를 현행 이상으로 유지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식 의원은 “정부는 저임금 공공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디지털뉴딜을 국가혁신 프로젝트로 홍보한다”며 “공공일자리는 정부가 지원을 멈추면 바로 사라지는 임시 일자리에 불과해 질이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